0.

'만 레이와 세계사진역사전'을 보고도 안 썼던 감상문을 쓰는 것은 윌리 호니스의 사진에 유다른 감동을 받아서는 아니다. 정리하기 좋아서가 하나의 이유고('만~역사' 전을 정리하느니 좋은 사진史 책 한 권을 소개하는 게 나을 것이다), 몇 가지 기억해둘 것이 있어서가 또 하나의 이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의 사진은 아니다. 물론 매우 훌륭했지만.

  

  

1. 작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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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름. 윌리 로니, 윌리 로니스, 윌리 호니, 윌리 호니스... 무엇이 진실인가? 프랑스 태생의 유태인이라는 Willy Ronis의 한글 표기를 두고 주최측에서는 '윌리 호니스'라고 썼다. 전시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상물에 나오는 현지 지인들의 발음을 들어봐도 똑같이 들린다. 프랑스에서는 이름에서 불어 본래의 발음법을 무시하고 본인이 주장하는 발음대로 불러주는 것이 상례라고 한다. 그런데 혹자의 주장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윌리 로니스'라고 써야 옳다고 한다. 불어의 'r' 발음은 분명 한글 'ㅎ'보다 'ㄹ'로 해야 맞으며,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시인 '행보'가 되고 중세 이후 '흐네상스'가 될텐데 당신 책임질 거냐고 따져묻는다. 그렇다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 에이전시 역시 '라포'냐 '하포'냐 하는 문제가 잇따른다.(주최측에서는 이 역시 기존과 달리 '하포'로 표기하고 있다.) 나야 뭐 아나. 다만 일반적인 불어식 발음과 달리 끝의 's' 발음을 꼭 살려야 맞다는 것만은 확실한 모양이다. 일단은 내 귀에 '호니스'로 들리니 '윌리 호니스'로 적기로 한다.


1910년생, 현재 97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로베르 드와노와 함께 '프랑스 3대 휴머니스트 사진가'로 분류됨. 쟁쟁한 거장들이 타계하고 난 지금 단연 현존 최고의 프랑스 사진가로 추앙받고 있음. 다만 과거에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말년으로 올수록 재평가 대상이 되어온 모양.


프리랜서 보도사진가로 시작, 빠리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인들의 일상을 담는 것을 주력분야로 삼아옴. 그러나 보도사진은 물론 한때는 광고사진도 찍었으며, 말년을 중심으로 누드사진도 상당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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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방스 누드, 1949

  

  

2. 작품에 대하여


20대부터 80대까지 초지일관으로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해왔다는 것은 과연 높이 살 만한 노릇이다. 청년기가 그리 서툴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년기가 그리 바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화질에서의 선예도와 노이즈 차이가 없었다면 어느 시기에 찍은 것인지 식별이 쉽지 않을 정도다. 발전이 없다기보다는 완만한 계조가 살아있는 변화가 느껴진달지. 이만큼 초지일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한 마디로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이 사람의 특징인 것 같다. 브레송이 '쿨'하다면 호니스는 '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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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뱅상(주: 그의 아들), 1946

   

  

그러나 이를 밋밋하거나 평범한 것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내가 보기엔 매우 탁월하고 비범한 구도감각과 순간포착 능력을 가진 사람같았다. 인내심과 성실성, 친화력 등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건 중요한 부분이다. 일상의 소중함이니 이웃들의 꾸밈없는 모습이니를 운운하며 지루하고도 심심하기 짝이 없는 사진을 남발하는 사람들, 참 많다. 일상을 일상 그대로 판박이하려면 CCTV 설치해놓고 24시간 돌리면 되지 뭐하러 사진으로 찍는가. 바로 이런 데서 옥석이 구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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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nise Fondamenta Nueva, 1959

  

   

어쨌거나 당장에 튀어보이는 작품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브레송에서 느껴지는 실로 예리한 통찰력과 카리스마(달래 '사진의 선승'이겠는가)나 로베르 드와노의 유머 감각과 리듬감처럼 겉으로 확 드러나는 무엇은 적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간 과소평가되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게 (영상물에 등장하는) 지인들의 증언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


일상을 주로 담았다고는 하나, 정치적 성향(좌익)은 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2차대전 등 격동의 시대를 겪어오면서 정치적으로 곡해되는 것이 싫어 오히려 일상에 집중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활동 초기인 30년대부터 프랑스 공산당과 함께 작업을 했으며, 젊었을 때는 파업현장 등을 주로 취재하다가 점차 방향을 전환했다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일상적'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서민적'인 것과 동의어라서 여전히 그는 공산당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의 하나라고 한다.(그런데 조선일보가 전시회를 주최했다!?!)


빠리 혹은 프랑스만을 찍은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가 많이 등장하고, 그밖에 영국이나 독일도 좀 나온다. 다만 유럽을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듯하다. 이 점 역시 브레송과의 큰 차이겠다. 아, 유명인사를 찍은 것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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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띠유 광장의 연인, 1957

   

  

3. 작업방식에 대하여


그는 숨어서 찍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연출도 안 했다고 한다. 사람은 물론 물건 하나 위치도 일부러 바꾸지 않았단다. 이 말은 물론 찍힌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찍을께요"나 "찍었어요"라고 말해줬다는 뜻은 아니다.(상황상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군중 사진같은 것도 여럿 있다.) 말을 하건 하지 않건, 상대방이 알아차리건 말건 숨어서 몰래 찍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숨지 않았다는 점에서뿐 아니라 드러내고도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중요한 참고가 된다. 드러내고도 성공하는 비결을 익혀야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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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bagne, 1947

   

   

반면 후보정에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던 모양이다. 필름 시대의 많은 프로사진가들이 그렇듯 그 역시 인화전문가와 분업을 했는데, 25년간 그의 사진을 인화해왔다는 전문가는 인터뷰를 통해 부분적인 노출보정(디지털 식으로 말하면 뽀샵질이다) 사례를 시연해주며 "이러한 작업 모두를 손으로 한다(주: 손으로 그림자를 지게 해서 부분적인 노출보정을 한다는 뜻). 그래서 내가 인화한 같은 사진이라도 결과물이 매번 조금씩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그 사례는 호니스의 대표작 중 하나였으며, 25년간 함께 해왔다니 호니스 본인이 모를 리 만무하다. 필름이든 디지털이든 후보정은 안 하거나 최소화하는 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나쁜 소식이 될 듯하다.


카메라는 35mm와 중형을 함께 사용했다. 판형을 봐도 그렇지만, 셀프 사진에 TLR을 목에 걸고 있는 모습이 있다.


모든 사진은 흑백으로만 찍어온 모양이다.

  

  

4. 전시회에 대하여


잘 된 전시회였다. 우선 작품의 양이 상당해서 즐거웠고, 전시방식도 무난했던 듯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역시 준비된 동영상이었다. 주최측이 이 전시를 위해 현지에 직접 가서 작가와 지인들의 인터뷰와 자료화면들을 찍어온 모양이다. 귀감이 될 만한 사례다. 2월말까지 휴관일 없이 계속한다고 하니, 놓치지 말고 꼭 보실 것을 권한다. 공식홈페이지 http://www.willyronis.net 를 통해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5. 그가 남긴 몇 마디


"사진가에게 아주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 고민, 우연, 그리고 시간이다."


"아름다움은 길 위에 있다."


"충격적인 사진은 내 장기가 아니다."


"아름다운 이미지란 가슴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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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빠리지앵, 1952

"오늘날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많은 필터들 가운데서 모든 사진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편광필터이다." - 브라이언 피터슨,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 청어람미디어.


CPL을 보통 '하늘을 새파랗게 해주는 필터'로만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다양한 용례를 한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그에 앞서 편광필터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을 곁들입니다. 자세한 것은 SLR클럽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CPL(Circular Polarized; 원편광) 필터는 여러 방향에서 카메라 렌즈로 들어오는 빛 중 특정 방향의 것만 통과시키고 나머지(편광)를 차단시켜주는 것입니다. 생긴 것은 UV 필터같고 단지 유리가 좀 어두운 색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편광막이라는 물질이 있어 이러한 기능을 하는 것인데, 그 결과 사진에 있어 상당히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요. 늘 쓰는 물건은 아니므로 겐코, 호야, 마루미 등 일본회사의 중가제품으로도 충분하고 가격은 필터구경에 따라 다르지만 몇 만원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편광필터, PL필터라고 불렀으나 요즘은 앞에 '원'자 혹은 'C'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이유인즉슨 하프미러를 사용해 AF를 잡고 측광을 하는(다시 말해 자동기능이 들어간) SLR이 널리 보급되면서 더 이상 예전식의 직선편광필터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하프미러 자체가 일종의 편광필터인 탓이죠. 그래서 요즘 판매되는 것은 모두 CPL이며 용어 또한 그냥 편광, PL이라고 하면 곧 원편광, CPL을 뜻하는 것이 되었습니다.(그러나 사진 교재나 카메라 매뉴얼에 분명 이렇게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구식 직선편광필터를 DSLR에 문제 없이 쓰고 있다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직접 확인이 필요한 부분인 듯합니다.)

   

    

  

(1) 하늘을 '더' 파랗게 및 기타


가장 많이 쓰이는 용도입니다. 우선 사진을 보시죠.(이하의 모든 사진은 아무런 보정 없이 리사이즈만 한 것입니다. 순전히 예제를 목적으로 찍었으므로 작품성은 잊어주세요.)

  

  

▼ 효과 최소화 (CPL을 썼지만 거의 안 쓴 것 같이 조절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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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 최대화


  
  

'하늘을 파랗게'는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이지만 굳이 언급을 하는 것은 1번으로 처리하고 넘어가자는 속셈만은 아닙니다. 우선 편광필터는 파랗지 않은 하늘을 파랗게 만드는 재주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파란 하늘을 좀 더 파랗게 만들어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것도 순광이나 역광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광(태양과 90도 각도)일 때 효과가 제일 크다고 하지요.


사실 위의 예제는 그다지 큰 효과도 안 나는 편에 속하고 효과를 준 결과가 더 좋아졌는지도 의문이군요. 그럼에도 이 사진을 예제로 쓴 것은 주의할 점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편광필터는 렌즈 앞에 끼우고서도 다시 앞부분이 뱅글뱅글 돌아가도록 되어있습니다. 이것을 돌리는 각도에 따라 그 효과가 가감되고, 변한 효과는 뷰파인더로 미리 확인이 가능한데요. 여기서 2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첫째, 빛이 강하고 맑은 날에 효과를 최대화시키면 보기 좋게 파란 하늘이 아니라 괴상하리만치 짙은 감색이 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사광이라서 프레임 왼쪽과 오른쪽의 밝기 차이가 클 경우, 말도 안 되게 그라데이션 효과까지 증폭되어 거의 한 컷의 카툰이 되기 쉽습니다. 너무 강한 효과가 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하늘만 파랗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체의 색과 빛까지 변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위 예제 사진을 잘 보시죠. 화면 아래쪽 갈대밭의 밝기와 색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루종일 맑기만 한 날 불과 10초 상간으로 찍은 사진들이므로 다른 차이로는 설명이 될 수 없습니다. 사실 접하기 흔치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만, 늦은 오후의 빛이 노란색 피사체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경우입니다. 하늘색이 파랗게 되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첫 번째 용례에 관한 내용을 한 마디로 줄이면 '편광이 능사가 아니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만원짜리 액세서리지만 이 역시 연습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럼 하늘 파란 날만 골라서 그냥 찍으면 되지 뭐하러 이런 걸 또 돈 들여 사고 골치 썩히느냐구요? 예제를 더 보시죠.

  

  

   

(2) 수면에 끼치는 영향


어쩌면 하늘보다 더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대상이 물 표면입니다. 예제입니다.

  

  

▼ 효과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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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 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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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매우 다를 위의 두 사진의 차이는 오로지 편광필터만의 효과에 따른 것입니다. 물 표면에서의 반사를 없애는 효과인데요. 위 사진은 하늘색이 반사되어 파란빛이 돌고 다리 그림자도 거의 안 보이는 반면, 아래 사진은 산란광을 차단한 결과 물 원래의 녹색이 되고 다리 그림자도 뚜렷해졌습니다.(정확히는 물이 원래 녹색인 것이 아니라 이끼와 플랑크톤 때문에 녹색빛이 도는 것입니다. 물이야 당연히 투명하죠.)


이 예제 역시 다소 극단적인 사례입니다만, 이런 효과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선 물 속을 찍고 싶을 때입니다. 수면의 빛 반사를 억제해 물 속을 최대한 맑게 찍을 수 있으니 민물고기 생태사진 등에 상당히 요긴합니다. 다음은 반영 억제입니다. 수면에 멋진 풍경이 비치는 것도 어느 정도지 심하면 사진이 산만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합니다. 또 물 색깔을 조절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파란색과 녹색 사이, 짙은색과 밝은색 사이에서 조절이 가능합니다.

  

  

  

(3) 유리창 너머를 찍을 때


반사광 억제의 효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유리창입니다. 물론 그밖에도 피사체를 반사시키는 모든 표면(건물 외벽 등등)에 활용이 가능합니다.

  

  

▼ 효과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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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 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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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오로지 CPL만으로 낸 차이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자기가 거울인 양 별 것을 다 비춰내던 유리창은 아래 사진에서 거의(완벽하게는 불가능합니다)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그냥 깨끗하게 찍을라치면야 당연히 가게 안에 들어가서 찍는 것이 최고겠죠. 그러나 유리창을 포함한 더 넓은 장면이나 불가피한 상황 등에서는 이처럼 분명한 효과를 보여냅니다.

  

  

  

(4) 반짝이는 피사체에


위와 비슷한 경우입니다만, 빛을 잘 반사시키는 모든 물체에도 효과는 적용됩니다. 사실 편광필터는 원래 반짝거리는 제품을 촬영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된 것이라고 하지요.

  

  

▼ 효과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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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 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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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하늘색은 별 차이가 없는데 기둥의 색이 상당히 변하고 있습니다. 한가운데의 흰색 띠처럼 완전히 반짝거리는 부분에는 효과가 거의 없지만 그 주변 부분에 끼치는 영향은 큽니다. 반짝거리는 인공물체뿐 아니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이나 설경, 나뭇잎 등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간이 ND필터 대용으로


낮에 저속셔터를 구사하기 위해 쓰는 ND 필터는 보통 쓰임새도 많지 않고 해서 잘 구비하지 않게 되는 물건 중 하나인데요. 제대로 된 ND 필터만큼은 아니지만 CPL로도 어느 정도는 대용이 됩니다. 여기서는 예제와 설명이 같이 필요하겠네요.

  

  

▼ 효과 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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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광필터를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조절해놓고 카메라가 측광한 대로 노출을 맞춰서 M모드로 찍은 결과입니다. ISO 100에서 1/50초, F4가 나오는군요.

  

   

▼ 편광필터 없이 같은 세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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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모드에서 위의 세팅을 그대로 유지한 채 편광필터를 빼고 찍었더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가공할 노출오버입니다.

  

  

▼ 편광필터 없이 적정 세팅으로 변경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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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지시계를 보며 적정노출이 되도록 셔터스피드를 조절한 후 다시 찍었습니다. 같은 ISO 100, F4에서 1/320초로 빨라졌군요. 다시 말해 그냥 찍을 경우 1/320초가 나올 것을 편광필터를 쓰면 1/50초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6.4배, 대략 2.5스탑 정도의 차이로군요. 실제 수치는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변동이 있으며, 대략 1.5~2.5스탑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이 정도라면 ND8(8배 어둡게 만들어줌)이라면 몰라도 ND4를 따로 살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위의 세 사진 중 첫 번째 것과 마지막 것을 잘 비교해보시면 ND 효과 외에도 여러 가지 차이를 간파하실 수 있습니다. 하늘색, 지면 쪽 그늘의 강도, 빌딩 표면 등등. 한편 무지개를 찍을 때도 CPL을 쓰면 더욱 뚜렷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찍어본 사진이 하나도 없어 예제로 보여드리지는 못하겠네요.

  

  

  

주의사항 및 용도


위 (1)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몇 가지 주의사항이 더 있습니다. 한번 정리해볼까요.


- ND 대용이 목적이 아닐 경우, 결과적으로 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는 CPL의 특징은 곧 주의사항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셔터속도의 확보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셈이니까요.


- 물건의 특성상 필터가 다소 두껍기 때문에 조리개를 많이 열고 광각에서 찍을 때는 여차하면 비네팅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광각촬영시 조리개를 충분히 조여주거나 광각용으로 최대한 얇게 만든 와이드 CPL 필터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 UV 필터 앞에 덧끼워 사용하는 것은 비네팅 위험이 한결 높아질 뿐만 아니라 화질과 플레어/고스트의 모든 면에서 피해야 할 사용법입니다. 편광필터니만큼 자외선은 덤으로 차단이 되므로 별달리 UV를 중복사용할 이유도 없습니다.


- 셔터스피드 상의 불리함이나 색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UV 대신 늘 CPL을 끼워놓는 습관 또한 말리고 싶습니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돌려가며 정도를 조절해줘야 하고 강한 빛을 받는 피사체에만 영향을 끼치는 물건이므로 그 용도는 제한적입니다. 인물사진에는 거의 쓸모가 없고 길거리 스냅이나 보도사진에 필요할 리도 없어보입니다. 육상 생태사진, 스포츠 사진, 스튜디오 모델사진도 마찬가지겠지요. 물론 압도적인 용도는 풍경사진일테고 건축사진, 기록사진에도 일부 활용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일각에서는 CPL 필터의 사용조차 일종의 사실왜곡이라며 경원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CPL보다 더한 색색가지 컬러필터도 흑백필름 시절부터 많은 사진가들이 사용해왔으며, 눈에 보이는대로 찍어야만 사실왜곡이 아니라면 플래쉬도 반사판도 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니, 흑백사진이야말로 진짜 심한 사기에 해당하겠군요.


어차피 빛이라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며 보는 사람의 물리적-심리적 눈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선글라스를 쓰면 다르고 손차양을 해도 다른 것이 빛인데, CPL이 왜곡이라면 그런 분들은 후드와 UV필터조차 사용하지 말아야 앞뒤가 맞을 것입니다. '사진적 진실'은 실로 난해한 미학적 아포리아이므로 딱히 정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사진가들 각자가 선택할 일이겠지요. 저는 씁니다.

0. 본론에 앞선 잔소리


바야흐로 사진의 시대다. 디카와 인터넷의 등장 및 상호작용이야 이미 해묵은 이야기지만, 작년부터의 분위기는 그 전과 또 다르다. 대략 5~2년 전의 시기는 준비운동에 불과했다고 할 정도로 흐름은 컴팩트에서 DSLR로, 디씨인사이드에서 SLR클럽과 레이소다로, 장난/재미/기억이라는 가벼운 취미에서 창작/표현/전달이라는 진지한 활동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하나의 경향으로 굳어져 공인의 단계로까지 접어든 것 같다. 올 한 해 있었던 주요 사진전만 보자. 인사동 전역을 뒤덮었던 사진 페스티벌, 대구 무역센터를 장악한 사진 비엔날레에 이어 급기야는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전관이 '만 레이와 세계사진역사전'에 한 달 반이라는 기간을 내주고 있다는 사실은 제도권 문화예술계의 공식 추인에 다름 아니다. 80년대는 시(詩)의 시대, 90년대는 음악과 영화의 시대였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제 2000년대를 사진의 시대라고 부른대도 딴지를 거는 사람은 드물 듯하다.


하지만 이런 유행이 개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대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의 혼재이기 마련인데, 사진의 경우 그 특수성 때문에 자칫 후자가 더 강하게 드러나기 쉽다. 바로 지름신이다. 다른 장르의 경우 그냥 사거나 가서 감상하면 되지만 사진은 다르다. 수용보다 생산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이 가있다. 내 카메라를 사서 내가 찍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며, (실은 그렇지 않지만) 별로 어렵지도 않아보인다. 스킨 스쿠버처럼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바이올린처럼 되게 배우기 어려워보이는 것도 아니며, 공기총처럼 아무나 살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카메라 회사들이야 신이 났겠지만 요즘의 장비병 확산 추이를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심도조절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30D에서 5D로 기변을 하질 않나, 나도 망원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에 바로 아빠백통을 지르질 않나, 그러다가는 애꿎은 브레송을 핑계로 라이카를 들고 나타나더니 필름 교환도 할 줄 몰라 헤맨다. 디지털의 가벼움을 개탄하며 필름 찬양에 열을 올리길래 물어봤더니 아직 자가현상 한 번 해본 적 없단다. 이건 쇼핑중독의 일종이자 소비지상주의의 연장일 뿐, 사진도 건전한 취미도 그 어떤 개뿔도 아니다.


그 많은 카메라와 사진장비에 대해 이해하려면 사진에 아주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걸 다 할 사람은 없다. 다시 말해 내가 찍고 싶고 찍을 수 있는 사진의 분야는 상당히 한정적이다. 수많은 종류의 장비가 있는 것은 수많은 종류의 사진분야가 있기 때문이지 돈이 덤비면 다 써보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종류의 사진을 찍는지를 먼저 자각하고 거기에 맞춰 필요한 장비만 갖추면 되는 것이다.


나의 필요성에 따라 장비를 장만하라. 업자들의 부추김이나 허망한 유행에 넘어가지 말고 주관을 뚜렷이 하라. 이것이 사진장비 핸들링의 대원칙이다. 그 이상은 카메라 회사에게 기부금 내는 짓일 뿐이다. 소비중독에 걸려 아무리 기변을 해봐야 당신은 조금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며, 마치 마약이나 도박중독처럼 고통과 갈증과 카드빚만 늘어갈 뿐이다. 사진은 찍는 재미, 보여주는 재미지 장비 사고 바꾸는 재미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종류와 수준의 장비가 적절한지 정리해본다.



1. 일상의 스케치, 여행지에서, 간단한 기록사진 등 일반적인 용도로 쓸 때


대다수의 일반인에게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주력일 분야다. 일단 과연 DSLR이 필요할지 자문해보라. 비싸고, 크고, 무겁고, 찍히는 사람도 대개 편해하지 않는다. 상당한 가격의 DSLR을 쓰는 사람들도 이런 용도를 위해 다시 컴팩트를 추가장만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렇다고 RF 필카가 필요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과거 RF 필카의 모든 장점은 요즘 컴팩트 디카가 다 갖고 있다(참고글 링크). 쓸데 없이 라이카니 콘탁스니 뽐뿌 받지 말고 우선 똘똘한 컴팩트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다.


[컴팩트 디카]


무조건 최신형이 좋다. 다른 디지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신형일수록 성능이 일취월장 나아지고 있다. 가격은 싼 것으로는 20만원대, 좋은 것도 30만원대면 충분하다. 40만원이 넘는 것은 초기출시가가 비싸기 때문이거나 바가지라고 보면 된다. 컴팩트 제품을 40만원 이상 주고 사는 것은 낭비다. 웹 게시용, 보통 사이즈의 인화용, 소식지 등에 간단하게 인쇄할 용도라면 컴팩트로도 충분하다.


화소수는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600만 이하의 신제품은 찾아볼래야 볼 수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고ISO가 지원되거나 손떨림보정(방지가 아니라) 기능이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한데, 이것도 요즘에는 대개 지원된다. 캐논, 후지, 파나소닉, 삼성 정도의 메이커가 인기 있다. 반면 하이엔드 제품은 이제 별 필요가 없어졌다. 비슷한 가격의 DSLR을 사는 게 차라리 낫다.


▲ 컴팩트 디카 : 캐논 IXUS 800 IS


[보급형 DSLR]


단언하건대 DSLR 이용자의 80~90%는 보급형으로도 충분하다. 제발 바디에 낭비하지 말고 대신 렌즈나 기타 장비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DSLR에서도 최신형이 좋다는 법칙은 그대로 통용된다(렌즈는 말고 바디만). 니콘 D50(좀 더 욕심을 낸다면 D80)과 캐논 400D가 대표적이며, 그와 비슷한 가격의 펜탁스/삼성, 소니, 올림푸스 제품도 괜찮을 것이다. 50~100만원 사이의 것이면 충분하다.


기억하시라. 대략 2005년 이후에 나온 모든 DSLR 바디는 다 훌륭한 제품들이다. 일본(과 독일)의 카메라 회사들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컴팩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DSLR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DSLR을 만들고 있는 회사는 모두가 7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전문업체들이며, 그 유명한 소니도 미놀타를 인수하고 나서야 간신히 제품을 내놓았을 정도다. 아무 것이나 사도 후회 없다는 뜻이다. 다만 렌즈와 기타장비 장만의 편의성, A/S 등을 감안해 니콘과 캐논이라는 양대산맥 쪽을 먼저 고려하는 편이 유리하다. 사양은 걱정 마시라. 다시 말하지만 다 쓸 만하다.


[렌즈]


처음 DSLR을 사면 렌즈도 함께 사야 할텐데, 방향은 하나뿐이다. 표준계 줌렌즈. 다만 좀 더 싸고 더 어두운 렌즈냐, 조금 더 비싸고 더 밝은 렌즈냐 중에서만 선택하면 된다. 전자는 10만원대 초반의 이른바 '번들 렌즈'를 말한다. 니콘이나 캐논의 18-55mm F3.5~5.6이 여기에 해당한다. 돈이 이것밖에 없으면 우선 이것이라도 사시라. 화질 자체는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여유가 있다면 처음부터 이보다 한 단계 높은 'F2.8급 렌즈'를 장만하길 권한다. 디지털 바디와 달리 렌즈는 10년이 지나봐야 별 기술적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겁먹지 마시라. 많이 비싸지도 않고, 별로 무겁지도 않다. 니콘 17-55나 캐논 24-70 따위는 한귀로 듣고 흘려라. 거의 바가지 낭비 아이템이라고 보면 된다.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독일 사이트인 포토존의 렌즈 테스트 결과치를 직접 확인해보시라.


내가 권하는 것은 탐론 17-50, 시그마 18-50, 토키나 16-50(발매예정) 등이다. 대략 30~40만원대의 가격일 것이다. 성능은 남아돌 정도로 충분히 좋다. 이 회사들을 이른바 서드 파티라고 하지만 전혀 꺼려할 것 없다. 최소한 화질(광학적 성능)에 관한 한 유명업체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실제로 유명업체의 전문기술자들이 뛰쳐나와 만든 회사들이다.)


다만 수퍼줌은 추천하지 않는다. 배율이 10배 남짓이나 되는 렌즈들은 컴퓨터로 설계하고 컴퓨터로 계측해서 만드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성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줌렌즈는 일반적으로 3배율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 F2.8급 표준줌렌즈 : 탐론 17-50

  

렌즈 선택의 기준을 말 나온 김에 정리해보면, 최우선 고려사항은 당연히 초점거리다. 누구나 표준이냐 광각이냐 망원이냐를 가장 먼저 따질 것이다. 둘째는 밝기다. 물론 밝을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와 더불어 가격과 무게와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위에서 든 서드 파티 표준줌들은 예외에 속한다.) 따라서 자신의 필요와 그에 딸려오는 부담을 잘 저울질해야 한다. 무게와 크기로 렌즈를 고른다는 말은 얼핏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고지고 다니다 보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셋째는 기능이다. 초음파모터(니콘 AF-S 등; 제조사별 렌즈 용어에 관해서는 이 글을 참고)가 장착된 것은 빠르고도 조용한 오토포커스를 제공하며, 손떨림보정(니콘 VR 등)이 되는 것은 훨씬 느린 셔터속도를 구사할 수 있다(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에는 소용이 없지만).


초보자들이 죽어라 따지는 선예도는 이제야 나올 차례다. 바디와 마찬가지로, 요즘 팔리고 있는 렌즈 중에 몹쓸 선예도를 가진 제품은 없다. 첫째부터 셋째까지의 기준을 다 따져본 후에나 추가로 고려하면 충분한 것이다. 선예도와 관련된 가장 확실한 법칙은 50~85mm 정도(표준~준망원)의 렌즈가 제일 좋다는 것이다. 이보다 광각이거나 망원일수록 무조건 선예도는 떨어지게 되어있다. 비싸도 소용없고 밝아도 소용없다. 무려 1000만원에 이르는 600mm보다 10만원짜리 50.8의 선예도가 더 좋다. 칼같은 선예도를 원한다면 비싼 렌즈를 탐내지 말고 표준계를 충실히 쓸 일이다.


색감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렌즈에 따른 미세한 색감의 차이(흔히 따뜻한 쪽이라거나 차가운 쪽이라고 하는)가 있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주요고려사항으로 놓는 건 본말이 전도된 얘기다. 그보다는 바디 종류에 따른 차이가 더 크고, 그보다는 화이트밸런스에 따른 차이가 더 크고, 이 모두는 후보정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그래봐야 보여지는 모니터나 인화를 맡긴 현상소에 따라 또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디지털이라서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필름인가, 어느 현상소에 맡겼는가 혹은 어떻게 자가스캔을 했는가에 따라 필름도 디지털 이상으로 색감이 널을 뛴다.


반면에 왜곡, 비네팅, 플레어, 색수차 등은 오히려 신중히 따질 가치가 있다. 특히 실제보다 부풀거나 홀쭉하게 휘어보이는 왜곡현상은 예상 외로 골치 아픈 것인데다 별다른 해결방법도 없기 때문에 나의 경우 선예도보다 더 중시하는 편이다. 가장자리가 어두컴컴하게 나오는 비네팅도(로모같은 장난감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면) 결코 달갑지않은 손님이며, 역광시 이상한 빛멍울이 생기거나 화면 전체가 뿌옇게 되는 플레어, 역광이나 반짝거리는 물체의 가장자리에 보라빛 띠가 생기는 색수차도 마찬가지다. 비네팅, 플레어, 색수차는 촬영기법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역시 적을수록 좋은 현상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같은 회사에서 나온 비슷한 가격과 사양의 렌즈끼리도 들쑥날쑥 다르기 때문에 테스트 결과를 미리 참고하는 것이 좋다.


정리하자면, 렌즈를 바보같이 선택하는 요령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선예도 < 색감 < 가격 < 뽀대.


[기타 액세서리들]


아래 2-2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MCUV 필터는 필수항목이라 할 수 있다. 렌즈 후드는 끼워주는 것을 쓰거나 안 끼워주는 렌즈일 경우 저렴한 것으로 대충 쓰면 된다.(개밥그릇 후드라서 마음에 안 들고 꽃무늬 후드라서 좋다는 식의 게시물을 읽을 때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카메라 가방도 적당한 것으로 대충 쓰면 된다. 수십 만원짜리 '명품' 가방이라고 바닥에 떨어뜨려도 카메라가 멀쩡하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반면 메모리는 충분해야 하지만, 쓰다가 부족하다 싶으면 나중에 더 사는 편이 유리하다. 한 달이 다르게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지는 당연히 2개는 있어야 한다.



2. 좀 더 다양한 것을 찍어보고자 할 때


필름 자동카메라나 컴팩트 디카로도 찍던 것을 DSLR로 찍다 보면 예전에는 카메라가 받쳐주지 못해서 못 찍던 것들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이때는 한두 가지 장비가 더 필요해지는 게 사실인데, 바로 이 고개에서 지름신에 씌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내게 필요한 것을 장만한다면 투자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치향락낭비일 뿐이다. 불우이웃과 제3세계의 빈민들을 생각해서라도 당신의 탐스런 물욕은 잠재우고 꼭 필요한 것만 구비하시라.



2-1. 실내에서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찍을 일이 많다면


바디는 바꿀 필요가 전혀 없다. 우선 급한 것은 충분한 셔터스피드의 확보인데, 두 가지 길이 있다.(삼각대는 아니다. 카메라를 아무리 잘 고정시켜봐야 피사체가 움직이는 데는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안 흔들리는 게 아니라 대상이 흐르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외장플래쉬(스트로보)]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편이 좋다. 실내에서도 쓰고, 어두운 야외에서도 쓰고, 밝지만 역광일 때도 쓴다. 내장플래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차이를 가져다주며, 앞으로 성능이 개선될 여지도 별로 없고 수명도 길므로 지금 몇십 만원을 투자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니콘 SB-800이나 캐논 580EX처럼 고급제품을 탐내지는 마시라. 이것들은 외장플래쉬 터뜨리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사진기자 등)이 쓰라고 나온 것이다. 실제로 사진기자들도 이보다 비싼 제품을 쓰지는 않는다. 일반인이라면 니콘의 경우 SB-600, 캐논은 430EX라면 충분하다. 앞의 고급제품들과는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서 20만원대 초반이면 된다.


▲ 외장플래쉬 : 니콘 SB-600


[밝은 단렌즈]


이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플래쉬를 터뜨리면 안 될 때, 플래쉬를 쓰고 싶지 않은 경우, 플래쉬까지는 필요 없고 조금만 더 밝으면 되는 상황, 더 많이 아웃포커스를 하고 싶을 때에 유용하다. 그러나 화질이 훨씬 나아질 것으로 착각하지는 마시라. 줌렌즈의 화질이 한결 떨어진다는 말은 10~20년 전 얘기라고 사진교재에도 나와있다. 화질이 아닌 밝기(조리개값) 때문에 단렌즈가 따로 필요한 것이다.(아무리 좋고 비싼 줌렌즈도 F2.8 이상은 없다.) 크롭바디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제품들이 괜찮다.


-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광경을 넓직하게 찍는 타입이라면: 시그마 30mm F1.4(세칭 삼식이) 또는 니콘과 캐논의 35mm F2.0

- 한두 사람의 인물이나 정물을 집중해서 찍는 타입이라면: 니콘과 캐논의 50mm F1.8 또는 50mm F1.4

- 충분한 거리를 두고 멀찍이 떨어져서 뭔가를 찍는 타입이라면: 니콘과 캐논의 85mm F1.8



2-2. 풍경사진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다면


[바디]


풍경사진은 조금 더 다양한 기술이 요구된다.(경치 좋은 곳에 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구사하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어느 정도는 바디가 다양한 기능을 지원해줘야 한다. 따라서 바디를 한 단계 위로 바꿀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두 단계까지는 아니다. 니콘 D80(별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더 욕심을 낸다면 D200)이나 캐논 30D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90~150만원 선이다. 그보다는 렌즈, 다시 그보다는 기타장비들이 더 요긴하다.


 

▲ DSLR 바디 : 니콘 D80


[삼각대]


이거야말로 풍경사진에서 제일 필요한 아이템이다. 셀프용으로도 요긴하지만, 풍경을 찍을 때는 아웃포커스를 못해서가 아니라 거꾸로 충분한 심도를 못 얻어서 안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따라서 밝은 단렌즈는 별 장점이 없으며 외장플래쉬는 거의 전혀 필요 없다.) 심도를 깊게 하려면 조리개를 많이 조여야 하고 그러면 셔터스피드가 느려지는데 화질을 생각해 ISO는 못 올리겠고 다행히 피사체는 움직이지 않으므로 결국 대안은 삼각대가 된다. 야경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삼각대 역시 괜히 비싸고 무거운 것을 사지 마시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너무 무거워서 안 가지고 다니기 쉽다. 안 쓸 걸 뭐하러 사는가. 집에 아무리 엄청난 삼각대를 갖다놓고 있어도 아무도 당신을 멋있게 봐주지 않는다. 삼각대는 지지중량이 몇 킬로그램인가가 중요하다. 중형카메라나 망원단렌즈를 쓸 게 아니라면 보통 3kg을 넘을 일이란 없으며, 이 정도 삼각대는 헤드 포함 15만원을 넘지 않는다.


고급 삼각대는 헤드 별매형이 많으므로 가격과 무게 양면에서 헤드를 합치면 얼마가 되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특히 합친 무게가 2kg을 넘는다면 5번 출사에 1번이나 들고 나갈까 말까 하게 될 확률 90%라고 장담한다. 이쪽에는 전문 메이커들이 따로 있다. 만프로토, 짓조, 슬릭, 벨본, 벤로 등인데 만프로토와 짓조는 고급/프로용만 만들기 때문에 좀 부담스럽다. 슬릭, 벨본, 벤로(중국산 짓조 카피)에서 나온 (헤드포함가) 5~15만원짜리가 적당하다. 최근에는 트라이오포, 에이스포토(AP) 등의 중국산 모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이하는 DSLR용으로는 부적합하고, 그 이상도 역시 보통의 DSLR용으로는 부담스럽다.


▲ 삼각대 : 슬릭 Pro 330 DX


[필터들]


그럴싸한 새 렌즈보다도 풍경사진에서 훨씬 더 요긴한 것이 필터다.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본의 전문메이커들인 겐코, 마루미, 호야 등이 적당하다. 국산(내지 중국수입품)인 매틴, 쁘레메, 아로나 등은 신뢰도가 떨어지고, 독일제 고급제품인 B+W(슈나이더), 로덴스톡 등은 과연 2배값을 할지 의문이다. 일본 제품들과의 성능차이를 당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나 구입을 고려하시기 바란다.


UV 필터는 보통 때도 렌즈보호용으로 필수적이지만 야외에서는 더더욱 없어서는 안된다. 가격차이도 크지 않으므로 가급적이면 MCUV(멀티코팅이 된 것)로 장만하시라. 모든 렌즈의 앞에 일제 MCUV 필터를 끼워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가격은 개당 2~4만원.


CPL 필터(편광 필터)의 유용성을 모르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풍경사진의 초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을 더 파랗게 만들 때, 물 속을 뚜렷하게 찍을 때, 물 표면의 반사 정도를 조절할 때, 유리창 너머를 찍을 때, 나뭇잎이나 금속성 물건 등 빛을 반사하는 물체를 찍을 때, 간단한 ND필터 대용 등 용도가 꽤 다양하다.(CPL 필터의 용례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주력 렌즈용 규격으로 적어도 하나는 꼭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가격은 MCUV의 2배쯤으로 좀 비싸다.


ND 필터는 좀 특별한 사진을 원할 때 쓴다. 밝은 곳에서 일부러 셔터를 느리게 하여 특수한 효과를 노리는 것이 주목적인데, 이런 시도를 원한다면 가격도 MCUV와 비슷한 수준이므로 하나쯤 갖고있는 것도 괜찮다. 어둡기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ND4(4배 어둡게 만들어줌)는 좀 약하고 ND8 정도가 적당하다.


그라데이션 필터(정확하게는 그레쥬에이티드 필터) 또한 고려할 수 있다. 절반만 ND 효과를 내는 것인데, 하늘이 너무 밝아서 콘트라스트 차이가 지나칠 때 유용하다. 보통 필터와 같이 원형인 것도 있고 사각형 모델도 있지만 어느 것이나 흔히 쓰는 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구하기도 비교적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콘트라스트 차이의 문제는 언더노출로 찍고 후보정으로 조절해주는 기법으로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되므로 꼭 필요한 아이템은 아니다.(이런 후보정 방법의 필름판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존시스템이다.)


[풍경용 렌즈]


물론 풍경용 렌즈란 따로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풍경사진에는 광각과 망원을 표준계보다 많이 쓴다. 넓직하게 담을 때 광각을 쓰는 것은 상식이지만, 프로들은 망원도 풍경에 많이 쓴다는 점을 명심하라. 디테일을 절취해서 찍고자 할 때 내 마음대로 더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이 산꼭대기에서 저 산꼭대기를 찍는 경우 등.) 또한 원근감을 압축하기 위해서도 망원은 풍경에서 의외로 종종 유용하다.


광각은 일단 애초에 추천했던 표준계 줌렌즈로도 어지간히 커버가 될 것으로 본다. 사실 크롭바디 기준 16~18mm라면 상당한 광각이다. 도저히 더 넓게 찍고 싶은 욕구를 떨칠 수 없다면 광각줌렌즈가 필요한데(요즘 광각단렌즈는 거의 안 쓰인다), 니콘 12-24는 쓸데 없이 비싸고 캐논 10-22는 그래도 60만원대로 바가지는 아니다. 이쪽 역시 서드 파티에 좀 더 싸고 성능은 같은 수준인 제품들이 포진해있다. 시그마 10-20과 토키나 12-24(40~50만원대)가 대표적이다. 망원은 밑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2-3. 망원렌즈로 찍어야 하는 사진들 - 캔디드, 공연, 행사, 동물, 풍경에서의 디테일 등


더 다가가면 되지 망원이 왜 필요하냐고 하는 생각 짧은 사람들을 가끔 본다. 어디서 어설프게 줏어들은 얘기는 있는 모양이지만 천만에, 다가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은 무수히 많다. 이런 사진들에 관심이 없다면 물론 망원렌즈는 무용지물이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피사체와의 교감을 느끼며 찍는 사진을 좋아한다면 망원은 피해야 할 아이템에 속한다. 위 2-1에 주력하는 사람에게 2-2의 장비들은 불필요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이듯 망원이 필요한 사람도 따로 있다. 하나도 멋져보이지 않으니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사지는 마시기 바란다. 굳이 기부를 하고 싶다면 부유한 카메라 회사보다 자선단체 쪽이 좋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겐 분명 망원렌즈가 필요하다면 우선 좀 어둡더라도 가볍고 저렴한 급의 망원줌렌즈를 써보시기 바란다. 우선 망원단렌즈는 일반인에겐 거의 필요치 않다. 마음대로 다가갈 수 없어서 망원을 쓰는 건데 단렌즈가 웬말인가. 대단한 고가에 어마어마한 체구를 자랑하는 망원단렌즈들은 이걸로 밥 벌어먹는 사람들이나 쓰라고 만든 것임을 잊지 마시라. 더불어 F2.8급의 고급 망원줌도 우선은 추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상당히 무거우며, 더불어 크고도 비싸다. 백통이니 회통이니 해가며 어린아이처럼 선망들을 하지만 뭘 몰라서 하는 소리다. 과연 F4 이하로 망원촬영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화질이 과연 얼마나 차이가 날 것 같은가. 시속 100km 이상 밟을 일도 없으면서 스포츠카 타령을 하는 것과 같은 노릇이다.


물론 고급 망원줌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은' 저렴한 제품으로 망원에 충분히 익숙해진 후 고급품으로 바꾸든 말든 결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망원이라는 물건은 좀 다르다. 표준계보다 훨씬 손떨림이 심해지고 심도도 종종 필요 이상으로 얕아지며 의외로 포커스 하나 제대로 잡는 것조차 간단치 않다. 이런 특성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아빠백통 아니라 증조할배를 쥐어줘도 제대로 된 사진은 안 나온다. 저렴한 제품으로 충분한 연습도 해보고 과연 내게 망원이 필요한지도 판단해본 후 업그레이드 여부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더불어 업그레이드를 하고 나도 전에 쓰던 염가품을 계속 갖고 있게 될 확률이 높다. 다름 아닌 무게 차이 때문에.)


▲ 가볍고 저렴한 망원줌렌즈 : 캐논 55-200 USM


반면 초음파모터 기능은 가급적 들어가있는 제품을 권한다. 앞서 말했듯 망원에서는 초점 잡는 것조차 그리 간단치 않아서(특히 어두운 곳일 경우) 일반 AF로는 상당한 곤란을 겪기 쉬운 탓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니콘 AF-S 55-200과 캐논 55-200 USM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겠으며, 캐논의 경우 초점거리가 좀 더 먼 USM 제품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는 선택으로는 손떨림보정 기능까지 들어가있는 니콘 AF-S VR 70-300과 캐논 70-300 IS USM, 밝기만 좀 더 밝은 캐논 70-200 F4 USM(세칭 애기백통), 고급형이지만 최대한 가볍고 저렴하게 나온 시그마 50-150 F2.8 HSM 등이 있는데 모두 50~70만원대로 이미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3. 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고자 할 때


미리 말해두지만 이 단계에서는 절대적으로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 한 아무리 장비를 바꿔대도 좋은 사진은 나와주지 않는다. 라이카를 쓴다고 브레송같은 사진이 나온다면 그건 카메라가 아니라 악마의 장난감일 것이다. 5D든 600mm든 매크로든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사진들로 충분한 연습이 되지 않고 바로 더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프로용 바디]


캐논 5D, 나아가 니콘 D2X(s)와 캐논 1D MKII N과 1Ds MKII, 또 더 나아가 마미야 ZD와 핫셀블라드 H3D 등 비싼 바디의 세계는 끝이 없다. 프로용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런 바디들은 대체 뭐가 더 좋길래 이렇게도 대단한 위용을 자랑할까? 일반인에겐 하등 필요 없는 별의별 사양과 기능을 다 집어넣어놨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부분들로도 결과물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만 쓰라고, 그런 사람들이라면 어차피 씌울 만큼 바가지를 씌워도 살 테니까, 다리박매가 아니고서는 수지가 맞을 수도 없으므로, 1.2배쯤 더 좋게 내놓고서 2~3배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사는 사람도 다 알면서 기꺼이 바가지를 쓰는 것이고.


이런 차이들이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거나 먼지가 풀풀 날리는, 아마추어들이라면 벌써 집으로 돌아갔을 상황에서도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사진을 찍어야만 먹고사는 불쌍한 프로들을 위한 방진방습 설계, 단 1/10초 차이라도 놓치면 상관에게 조인트를 까이는 처량한 사진기자들을 위한 고속연사 기능, 단 100만 화소라도 더 큰 용량의 사진을 가져오지 않으면 냉엄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고 마는 측은한 직업 사진쟁이들을 위한 고화소수, 그리고 참으로 까칠한 사람들에게나 쓸모 있을까 말까한 몇몇 소소한 기능 차이들.


잘라 말하지만, 99% 이상의 DSLR 유저들에게는 필요 없는 바디가 이른바 프로용이니 플래그쉽이니 하는 미사여구로 치장한 물건들이다. 어설픈 필름 복고붐도 마찬가지다. 라이카나 콘탁스로 찍으니 과연 더 잘 나오던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만 보면 나는 블라인드 테스트 좀 하고가라며 붙들고 싶다. 정말 돈 펑펑 쓸 것을 감수하고 필름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차라리 중형카메라 쪽으로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이마저도 스캔해서 웹에 올려놓으면 결국 같아보일 테지만.) 속지 말자, 뽐뿌 알바.


[아마추어 포토저널리스트와 업무용 사진촬영을 위하여]


요즘은 일반인이라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시민기자로, 포토저널리스트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다. 사진이 주업무까지는 아닌 기업 홍보실 직원, 각종 단체의 홍보/사진 담당자, 사진 찍는 일을 겸해야 하는 잡지사 기자도 찍어야 하는 종류의 사진은 비슷할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라면 풍경용 바디, F2.8급 표준줌, 망원렌즈 중 '한 단계 더 올라가는' 제품들, 외장플래쉬 중 고급제품 정도가 유용할 것이다. 유난히 고급형 외장플래쉬가 필요하다고 하는 주된 이유는 광량 때문인데, 예컨대 니콘 SB-800은 하위모델인 SB-600보다 2/3~1스탑 더 유리하다. 취미를 뛰어넘는 수준의 실내촬영이 잦다면 이 정도는 의미있는 차이가 된다.


[사진여행가를 위하여]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특히 장기 해외여행)을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장비의 무게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보급형 및 풍경용 DSLR 바디와 2개의 가벼운 렌즈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미니삼각대도 꽤 유용할 것이며, 이미지 저장장치야 말할 나위도 없다.(리뷰용 대형 LCD가 없는 제품은 15만원선, 있는 제품은 40만원선이다.) 여기에 딸려가는 충전기, 충전지들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무게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무게 때문에라도 '프로용 바디'를 선택하지 말 것을 권한다. 바디 자체도 더 무겁거니와 내장플래쉬가 달려있지 않은 제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여행중 플래쉬가 꼭 필요한 상황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곤 한다. 위의 장비들에다 외장플래쉬, 충전지 1벌, 이를 위한 또 하나의 충전기까지 추가된다는 것은 여행에서는 장난이 아니다.)


▲ 이미지 저장장치 : 넥스토 OTG ND-2300


렌즈는 취향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F2.8급 표준줌과 함께 최대한 가벼운 망원(니콘과 캐논의 55-200을 적극 추천한다)을 가져갈 수도 있고, 망원 취향이 아니라면 밝은 단렌즈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는 플래쉬나 삼각대를 쓰기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니면 풍경의 경우처럼 표준줌 대신 광각줌을 가져갈 수도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교재 역시 광각줌 + 망원줌의 조합을 우선 추천하고 있다.


[스튜디오/제품/모델 촬영을 위하여]


제품사진이건 모델사진이건, 스튜디오에서 찍는다고 특별한 바디나 렌즈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조명 세팅과 연출력이 훨씬(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데, 스튜디오용 조명장비야 일반인이 구입할 일은 거의 없을 테니 넘어가도 될 것이다. 반면 유일하게 세로그립의 유용성을 인정할 만한 게 이 분야다. 보통은 무겁고 크고 오히려 기동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되지만, 세로 프레임만으로 줄곧 찍을 일이 많은 한편 무게나 크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렌즈의 경우 마음껏 접근할 수 있으니 망원까지는 필요 없겠지만 모델사진이라면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준망원 단렌즈인 85.8 정도가 유용하다. 극단적인 아웃포커스를 위해 85.4, 심지어는 85.2까지도 탐내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 돈으로 우선 [보그]나 [하퍼스 바자]같은 유명 패션잡지부터 구독하시기 바란다. 과연 극단적인 아웃포커스를 구사하는 프로들의 사진이 몇 장이나 되던가?


[특별한 용도의 렌즈들 - 매크로와 초망원]


세상에는 표준, 광각, 망원 말고도 상당히 다양한 렌즈들이 있다. 매크로, 초매크로(캐논 MP-E), 초망원, 반사망원, 어안, 틸트&쉬프트 등등. 그러나 이런 렌즈들은 상당히 다루기가 어렵고 일반적으로는 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가장 흔히 위시리스트에 올라가는 것으로 매크로가 있을 텐데, 미안하지만 접사란 그렇게 만만한 영역이 아니다. 단지 음식이나 액세서리같은 것을 흥미 삼아 찍어보기 위함이라면 더더욱 매크로 렌즈가 필요치 않다. 앞에서 말한 표준줌이나 망원 중에 기존 렌즈들보다 훨씬 접사력이 좋은 제품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컴팩트의 우수한 접사능력을 믿어보는 것도 좋다. 매크로 렌즈란 이런 일상적 용도를 한참 넘어서 육안으로는 보기 어려운 것을 찍어내는 용도의 제품인 것이다. 초망원 또한 스포츠 사진이나 야생동물 사진으로 먹고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내지 아무리 취미라지만 나는 꽃이나 곤충(접사), 새나 운동경기(초망원)를 찍는 것이 일생의 낙이라는 분을 위한 추천제품은 아래와 같다. 어안이나 틸트&쉬프트(주로 건축사진용)는 써보지 않았으므로 생략한다.


매크로 렌즈는 거의 모든 제품이 다 훌륭하므로 아무 것이나 사도 된다. 단, 망원매크로는 아무래도 화질적으로 불리하므로 표준~준망원 정도의 초점거리를 추천한다. 탐론 90마, 니콘 60마와 105마, 캐논 60마와 100마 등. 더불어 제대로 접사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미니삼각대, 링플래쉬(혹은 적어도 1개의 외장플래쉬), 앵글파인더, (매크로 렌즈에 추가로 달기 위한) 접사링이나 텔레컨버터, 벨로우즈 등이 동원되어야 함을 잊지 마시라.


초망원 렌즈는 상당히 부담이 있는 아이템이라 마음 놓고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상식선을 넘지 않는 가격과 무게에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고 하는 제품으로는 탐론 200-500, 니콘 80-400, 시그마 80-400과 50-500, 캐논 100-400 정도가 있다. 초망원 역시 삼각대와 텔레컨버터를 늘 함께 가지고 다니는 부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야 하며, 렌즈 자체의 무게와 크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것보다 좋은 삼각대(헤드포함가 20만원 이상)가 필요해지기도 한다.


▲ 초망원렌즈 : 시그마 50-500



X. 마무리


지름신-장비병을 물리치자고 시작한 글이 오히려 부채질하는 쪽으로 흘러가버리지는 않았나 걱정스럽다. 재삼 강조하지만 사진은 실력으로 찍는 것이지 장비로 찍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실력자라면 좋은 장비로 찍은 결과물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장비를 쥐어줘도 결과물은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다. 초보운전자를 F-1에 태운다고 자동차경주에서 우승할 턱이 없고, 초보연주자를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에 앉힌다고 명연주가 나올 턱이 없다. 아무나 눌러도 소리가 나오는 게 피아노이니 분명 이 초보연주자도 스타인웨이의 소리를 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반 몇 개 두드려서 나온 스타인웨이 소리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단 말인가. 비싼 장비로 찍은 허접한 사진도 마찬가지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쓴 것은, 그럼에도 내게 필요한 적절한 장비란 엄연히 존재하는 게 또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피아노와 마찬가지다. 호로비츠를 되살려낸다 해도 튜닝 자체가 엉망인 고물피아노로 좋은 연주를 들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외장플래쉬나 망원렌즈가 없이는 안셀 아담스 할아버지라도 못 찍는 사진이 분명 있다. 장비를 사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적절한 장비를 사자는 것이다. 소비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쇼핑중독에 걸리지는 말자는 얘기다.


더불어 사진 자체를 배우는 데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하고 싶다. 우선은 책을 볼 필요가 있다. 사진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최근 1~2년 사이에 제대로 된 사진 관련 책들도 많이 나왔다. 카메라 조작법 대충 나열하고 뽀샵질로 때우는 엉터리 교재들에 울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2~3권씩은 읽어보는 것이 좋다(참고글 링크). 사진강좌를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 수강생끼리의 교류와 자극은 독학이나 인터넷으로 얻기 어려운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 사실이다.


장비병에 걸린 많은 사람들은 그런 자신을 어떻게든 합리화하려는 증상도 동반하곤 한다. 특히 중증인 사람은 유명 사진가까지 끌어들이기 일쑤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브레송이 라이카 M3를 썼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라이카를 동경하고 구입하는 사람은 많은데, 유진 스미스가 올림푸스 펜-F를 썼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펜-F를 동경하는 사람은 왜 거의 없는 것일까? 펜-F는 35mm 필름을 반으로 나눠 쓰는 하프 판형의 소형 SLR로 요즘 남대문에 가면 3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 사진을 위해 카메라가 있고 사람을 위해 사진이 있지 그 역은 아니다.

똑딱이에 달려있는 내장 플래쉬건 수십 만원짜리 외장 플래쉬건, 자동기능과 직광으로 찍은 사진은 보기 싫게 마련이다. 플래쉬 촬영은 상당히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래의 설명들은 니콘 바디를 기준으로 했다.(니콘이 캐논보다 확실히 좋은 부분이 바디의 기능과 함께 플래쉬 시스템이다.)

 

[언제, 어떻게 플래쉬를 쓰나]


- 어두운 곳에서 밝게 찍기 위해서: 가장 기초적인 용도. 일반적인 설정(바운스, 옴니 등)으로 쓴다.
- 더 빠른 셔터스피드로 찍기 위해서: 움직이는 대상을 정지시켜 찍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빠른 셔터스피드가 필요할 때(특히 그늘에서). 역시 일반적인 설정으로 쓴다.
- 필인플래쉬: 주피사체와 배경 간의 콘트라스트를 줄이기 위해서. 역광이나 하얀색 벽 앞에서 인물을 촬영할 때 등. 특히 일출/일몰이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인물촬영에서는 필수다. 배경을 기준으로 적정노출을 잡은 후 플래쉬를 -1~2 조광보정으로 쓴다.
- 너무 강한 그림자를 줄이기 위해서: 필인플래쉬와 마찬가지의 원리다.
- 반대로 주인공과 배경 간의 콘트라스트를 늘이기 위해서: 주피사체만을 강조하기 위해 쓴다. 접사 시에도 유용하고, 실외에서 배경을 언더노출로 하고 주피사체는 충분히 밝게 표현하고자 할 때도 이렇게 한다. 플래쉬를 살짝 쓰고 조리개를 충분히 조이고 셔터속도를 짧게 하면 된다.
- 캐치라이트를 넣기 위해서: 사람이나 동물의 눈을 반짝거리게 만들어준다. 플래쉬를 확산광으로 살짝 쓰거나 반사판을 활용하면 된다.

 

[플래쉬의 광량조정방식]

 

늘 똑같은 광량으로 터지는 외장플래쉬는 요즘엔 없다. 현재는 광량을 조정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쓰이고 있다.(단, 근래에 나온 제품은 거의가 TTL 방식이긴 하다.) 기술적인 부분이지만 알아두면 좋다.


- 수동: 풀, 1/2, 1/4과 같은 식으로 사람이 일일이 광량을 세팅하는 방식. 직광으로도 쉽지 않거니와 외부동조나 다등촬영에서는 상당히 어렵다. 그나마 디지털에서는 계속 찍어보며 조절해나갈 수 있겠지만, 필름에서는 공식에 따라 일일이 계산을 해야 한다.(기본공식은 다음과 같다; 가이드넘버 / 촬영거리 = 적정 조리개값. 다시 말해서 가이드 넘버 / 적정 조리개값 = 촬영거리.) 거리를 입력해주면 그것을 바탕으로 세팅되는 방식(거리우선 수동발광)도 있는데, 완전수동을 다소나마 개선한 것이다.
- 구식 자동: 조리개값을 바탕으로 자동조정하는 방식(조리개연동 자동조광), 바디가 아닌 플래쉬가 주변광량을 측정해서 자동조정하는 방식(외부자동조광) 등 TTL 방식의 등장 이전에 쓰이던 것들. 지금도 TTL을 쓰지 못하는 상황(모니터 발광을 할 수 없는 광동조 등)에서는 이 방식을 대신 쓰기도 한다.
- TTL: '쓰루 더 렌즈'의 약자. 요즘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플래쉬가 모니터 발광을 하고 그 빛을 렌즈가 받아들여 그것을 바탕으로 자동조정하는 방식. 바디의 자동노출기능을 플래쉬 촬영에도 도입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니콘의 D-TTLi-TTL, 캐논의 E-TTL 등은 기존의 TTL에 성능을 조금 개선시켜 각자 붙인 이름들로, 렌즈가 측정한 거리정보까지 감안해서 분석하거나 여러 차례의 모니터 발광 결과를 합산해서 분석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니콘 SB-600에 기본제공 스탠드와 별매 옴니바운스를 장착한 모습

 

[플래쉬 사용 시의 카메라 세팅방법]


- 기본원리: 플래쉬를 쓸 때 조리개와 셔터속도는 노출과 관련하여 매우 다른 용도로 기능한다. 조리개는 플래쉬가 비춰질 주피사체의 광량(정확하게는 플래쉬 빛이 도달하는 거리)을 조절하는 것이 주된 용도가 되고, 셔터속도는 배경의 광량을 조절하는 것이 주된 용도가 된다. 물론 심도와 동작 등 노출 외의 기능은 원래대로 유지된다.
- 모드: M이 가장 편하다. 위의 기본원리에 따라 맞추되, 아래의 요소들을 고려한다.
- 조리개: 안 그래도 플래쉬 빛은 몇 미터 도달하지 못하므로 조리개값은 상대적으로 적게 가져가는 편이 유리하다. 물론 접사 등에서 배경과의 콘트라스트를 늘이기 위한 사용이라면 반대로 해야 한다.
- 셔터속도: 배경광을 살릴 것이 아니라면 동조속도까지 낮춰도 무방하다. 니콘 D70의 예를 들면 플래쉬를 쓸 때는 최대 셔터속도가 1/8000초에서 동조속도인 1/500초로 변한다. 밤에 1/500초에 ISO 200으로 해도 멀쩡하게 나오게 만들 수 있으며, 1/500로 하나 1/200로 하나 밝기엔 차이가 없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움직임(내 쪽이든 피사체든)은 문제가 안 된다.(슬로우싱크로에 대해서는 아래 따로 설명.) 문제는 밝은 낮의 야외에서 필인플래쉬와 동시에 아웃포커스를 원할 경우인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디의 원래 최대 셔터속도까지 다 쓸 수 있는 고속동조 기능(FP)이다. 그러나 플래쉬와 바디가 둘 다 이 기능을 지원해야 하는데 니콘에서는 D80 이상의 바디만 가능하다. 이하의 모델들에서는 ND 필터로 해결하면 된다.
- 조광보정: 니콘 D70의 경우 노출보정 버튼은 M모드에서 플래쉬를 켰을 때 조광보정으로 기능한다.(S모드나 A모드에서 조리개나 셔터속도가 한계치까지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장플래쉬라 해도 상당한 정도의 광량 조절이 가능하므로 적극 활용하라. 한편 피사체와의 거리를 감안한 조광보정 시에는 알아둬야 할 공식이 하나 있다. 플래쉬 빛의 밝기변화폭은 거리변화폭의 2배라는 것이다. 즉, 거리가 2배 멀어지면 밝기는 4배 어두워지며, 거리가 4배면 밝기는 8배가 된다.
- 화이트밸런스: 직광으로 찍으면서 오토나 플래쉬 모드에 놓으면 약간 퍼렇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구름이나 그늘 모드로 하라. 바운스 촬영 시에도 반사면의 색깔 등을 고려해서 수동조절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사면이 특정한 색이면 반사되는 빛도 같은 색조를 띄게 되기 때문이다.
- ISO: 어차피 플래쉬를 쓰는 것이므로 일단 최대한 낮게 잡는다. 풀로 발광을 시켜도 노출부족일 때에 한해서만 올려주면 된다.

 

[자연스러운 플래쉬 사진을 위한 팁들]


- 조광방식의 선택: 니콘이 내놓은 최신 조광방식인 i-TTL-BL(주피사체와 배경의 밸런스(BL)를 고려하는 조광)이 늘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스팟측광이 경우에 따라 3D 멀티측광보다 나은 것처럼 스탠더드 i-TTL 조광이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낫다. 결혼식처럼 실내에서 배경보다는 주피사체만 집중고려하는 촬영이 대표적이다. D70 내장플래쉬의 경우 M모드나 스팟측광에서는 스탠더드 i-TTL로 작동한다는 것을 봐도 두 방식의 용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슬로우 싱크로(저속동조): 야간이나 실내의 경우 배경광까지 담으면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이렇게 하려면 셔터스피드를 1/수십초 이하로 내리면 된다. A모드에 슬로우 싱크로 기능이 있는데, 그렇게 하나 M이나 S에서 셔터스피드를 낮게 잡으나 똑같은 것이다.
- 적목감소: 사람의 눈에는 홍체가 있는데 어두울 때는 이것이 열려있다. 이때 플래쉬를 갑자기 터뜨리면 그대로 찍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적목현상이다. 따라서 예비발광을 시켜 홍체가 작아지게 만든 후 찍는 것이 적목감소 기능이다. 예비발광으로 인해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으므로 촬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도록 말해두는 것이 좋다. 한편 홍체는 정면에서만 보이기 때문에 갑자기 플래쉬를 터뜨리더라도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으면 적목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요즘 카메라나 후보정 소프트웨어에 있는 후보정식 적목보정 기능은 대개 별로이므로 인물 촬영 때는 꼭 적목감소 기능을 쓰도록 한다.
- 반사체의 촬영: 플래쉬 빛을 반사하는 물체가 있을 때는 찍는 위치를 바꾸든 플래쉬의 위치를 바꾸든 각도를 틀어주면 된다. 정면을 조금만 피해도 반사된 빛이 찍히지 않는다.
- 바운스 촬영: 플래쉬 빛을 반사할 수 있는 천장이나 벽이 있을 경우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외장플래쉬는 바운스와 외부동조를 위해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각도는 앞쪽으로 45~60도, 노출보정은 +1/2 ~1 정도를 한다. 옴니바운스나 디퓨저 등과 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사용법일 뿐이며 반사될 면과의 거리, 반사될 면의 색깔, 피사체의 특성 등을 고려해서 그때그때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내장 플래쉬로 바운스: 조건이 좋은 실내에 한해 내장플래쉬로도 바운스를 칠 수 있다. 쿠킹 호일이나 흰 종이같은 것을 내장플래쉬 앞에 적당한 각도로 대어주는 것이다. 이 경우 +2~3스탑 정도 조광보정을 하고 화이트밸런스는 태양광 정도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일반적인 주택 정도의 높이에 하얀색으로 된 천장 기준.) 조촐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 액새서리들: 플래쉬 헤드 앞을 감싸서 빛을 확산시키고 부드럽게 해주는 옴니바운스디퓨저(확산판)소프트박스, 바운스칠 반사면이 없는 야외에서 쓰기 위한 넓은 면적의 바운서 등이 있다. 직광이든 바운스를 칠 때든 원래보다 +1/2~1 정도 노출보정을 해주도록 한다. 물론 반사판도 유용하다.
- 외부동조: 외장 플래쉬를 바디에서 떼어내 다른 각도로 터뜨리는 것. 당연히 커다란 효과가 있다. 니콘의 경우 D70 이상의 바디는 무선으로 이렇게 쓸 수 있는 커맨더 기능이 있다.(내장플래쉬가 제어기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없는 바디에는 무선동조기를 장착하거나 오프슈(싱크로 코드)를 이용해 유선동조를 해야 한다. 무선동조에도 채널동조와 광동조가 있다. 채널동조는 특정채널을 지정해서 전파로 동조시키는 것으로 TTL은 물론 각종 정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광동조는 다른 플래쉬 빛을 받으면 따라 터지는 방식으로 제품을 가리지 않는 대신 모니터 발광을 못하므로 TTL식 광량조정이 안 되고 한 곳에서 여러 사람이 플래쉬 작업을 못하는 등 기능 상의 한계가 있다.

 

[특이한 플래쉬 사진을 위한 팁들]


- 후막동조: 플래쉬는 보통 2개의 셔터막 중 선막이 열릴 때 터지는데(선막동조), 반대로 후막이 닫힐 때 터지게 하는 것. 빨리 움직이는 대상을 느린 셔터속도로 찍을 때 후막동조로 하면 이동궤적의 나중 부분이 또렷하게 찍히기 때문에 선막동조보다 자연스럽고 다이내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슬로우 싱크로로 인물촬영을 할 때도 후막동조가 유용하다. 사람들은 보통 플래쉬가 터지는 순간 촬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기 쉽기 때문이다.
- 플래쉬 블러: 후막동조의 변용으로, 재미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연광으로는 움직이는 밝은 물체(전등, 라이터 등)의 궤적을 찍고 플래쉬 빛으로는 사람과 배경을 정지시켜 찍는 기법이다.
- 연속발광(RPT): 다중노출과 비슷한 기능. 느린 셔터속도로 움직이는 대상을 찍을 경우 플래쉬를 여러 번 나누어 터뜨림으로써 대상의 움직임이 중첩되게 만든다. 이 기능이 없는 플래쉬의 경우 카메라로는 그냥 찍고 플래쉬의 테스트발광 기능을 이용해서 수동으로 여러 번 터뜨려줘도 된다.
- 증등촬영(다등촬영): 2개 이상의 플래쉬를 쓰는 것. 본격적인 스튜디오 촬영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조명에 대한 상당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공식 한 가지는 주조명이 보조조명보다 2배쯤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선이 가능한 바디와 플래쉬가 있고, 유선이라야 하는 제품도 있다. 구성은 내장플래쉬든 외장이든 하나의 마스터와 여러 개의 리모트(슬레이브)로 이루어진다. 서로 간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마스터를 포함해 3~4개가 한계다.

- 증등촬영용 장비: 니콘 바디에서 제대로 마스터 구실을 할 수 있는 외장플래쉬는 SB-800뿐이지만(리모트로도 사용 가능) 리모트로는 SB-600, SB-R200, 기타 다른 회사의 무선동조 가능모델도 쓸 수 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내장플래쉬와 1개의 외장플래쉬만으로도 증등촬영이 가능하다. SB-800에는 광동조 기능인 SU-4 모드가 있어 내장플래쉬의 리모트로도 쓸 수 있고, D200과 D80에는 내장플래쉬를 마스터로 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반면 D70(s)은 커맨더로만 쓸 수 있으며, D50은 커맨더로도 쓸 수 없다. 한편 유선의 경우 슬레이브 플래쉬 컨트롤러, 조광 코드, 증등 코드, 어댑터 등 많은 액새서리가 필요하게 된다.

사진이 최고의 취미 중 하나로 각광받으면서 요즘은 어딜 가나 출사 나온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혼자는 물론 이렇게저렇게 단체출사도 자주 나가보곤 합니다. 그러나 사진 실력을 확실히 높여주는 동시에 사진 찍는 재미를 톡톡히 맛보게 해주는 귀중한 기회임에도, 그냥 놀러나온 김에 카메라 들고온 것과 별다를 것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없지 않은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요컨대, 이렇게 출사 나갔다 오면 사진 실력 절대 안 는다, 베스트 10 되겠습니다. 중요도로 1위부터 10위까지 매긴 것이 아니라 시간 진행순서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덥다고 안 나가고 춥다고 안 나가고 비 온다고 안 나가기
DSLR은 튼튼합니다. 한국의 기온 정도라면 한여름부터 한겨울까지,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셔터는 눌러집니다. 방진방습 바디가 아니라는 핑계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입니다. 태풍에 폭우까지 동반하지 않은 이상, 비니루 봉다리 하나 씌우고 간간이 수건으로 닦아주면 됩니다. 이런 날일수록 찍을 것은 더 많아지고 남다른 결과물을 얻을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출사를 안 나갈수록 사진이 단지 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줄어듭니다.

(2) 출사지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나오기
특히 단체출사라면 누군가가 앞장을 섰을 것이고, 교통편까지 알려주었겠죠. 그렇다고 아무 사전정보 없이 장비만 달랑 들고 나간다면 시작부터 낙제점입니다. 출사지에 대해 미리 챙기면 챙길수록 유리하고 기회가 늘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습니다. 대략적인 약도, 그곳의 특징, 특별히 찍을 만한 것 등등. 그냥 거리가 아니라 문화재라든가 여행지라면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바로 이런 준비성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3) 하이힐 신고 출사 나오기
여성분들... 제발 패션쇼는 평상시에 해주시고 출사 때는 사진을 찍으시기 바랍니다. 발이 아픈데 무슨 사진을 찍습니까. 요란한 차림새 덕에 모두가 나를 쳐다봐주는데 과연 사진이 잘 찍힐까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우선 보는 일입니다. 그것도 조용히, 유심히 보는 것입니다. 보여주기 위해서, 멋져보이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 또한 자유입니다. 다만 그 이득은 고스란히 내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 회사에게로 돌아간다는 사실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출사 복장은 최대한 평이하게, 그리고 돌아다니기 편하게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4) 겨울에 모자와 장갑 안 가지고 출사 나오기
이런 용감한 분들, 꼭 계십니다. 어쩌면 (3)번보다 더 심합니다. 발이 아프면 의자에 죽치고 앉아서 셔터찬스를 노려볼 수라도 있지, 손이 시려워 주머니에서 손 빼기가 겁나는데 사진이 찍힐 리가 없지요. 군밤장사 패션, 좋습니다. 한겨울에 밖에서 오래 일하시는 분들의 의상이야말로 사진가들이 가장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입니다.

(5) 장비(주로 렌즈)를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이 가지고 나오기
달랑 렌즈 하나로 원하는 사진이 다 된다면 뭐하러 DSLR을 사겠습니까. 12배줌 되는 하이엔드 사죠. 무거워서 싫다면, 똑딱이를 쓰셨어야죠. 프로들은 말합니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다녀라. 바디 2개에 렌즈 3개."-_- 하지만 이건 프로들 얘기이고, 아마추어라면 일단 바디 하나에 렌즈 두 개 정도가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경우에 따라 삼각대나 외장플래쉬가 추가될 테구요. 그렇다고 너무 많이 가지고 나와 낑낑대는 것도 역시 어리석은 짓일 겁니다. 또다른 프로의 좋은 말이 있더군요. "들고 뛸 수 있을 정도의 장비만 가지고 다녀라."

(6) 기껏 출사 나와서 달랑 1~2시간 찍고 가기
주로 단체출사 때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만,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출사지까지 오고가는 데만 1~2시간 이상이 걸릴 터인데, 정작 사진을 찍는 시간이 더 짧다면 아깝지 않으신가요? 더구나 출사는 1시간, 뒷풀이는 5시간... 문제 많습니다. 물론 어울려 놀고 즐기는 것도 아마추어 사진의 큰 재미겠습니다만, 그렇게 해서는 사진은 안 늘고 술만 는다는 사실은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7) 단체출사를 빙자하여 놀러다니는 데만 재미 붙이기
위의 내용과 좀 겹치긴 합니다만, 출사는 사진을 찍는 것이 기본목적이지 놀러가자는 것은 아니겠지요. 주객이 전도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너무 엄격한 척하는 것 아니냐고 하신다면, 사진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찍을 수 있겠는지 반문하고자 합니다. 놀러 나온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과연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즐기는 것과 들뜬 것은 다를 겁니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보다 진지하고 집요하며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출사란 행락보다는 순례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요.

(8) 들어가지 말라는 데 들어가고 하지 말라는 짓 하다가 망신 당하기
조심해야 합니다. DSLR 들고 사진 찍는 것, 벼슬 아닙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핸드폰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DSLR 장만할 경제력 있습니다. 오히려 더 조심하고 공손해야겠지요. 자신만이 아닌 모든 사진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불견은 나도 하지 말고 주변에서 하려고 해도 나서서 막아야겠습니다.

(9) 심지어 출사 중에도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노닥거리느라 바쁘기
결국 사진은 혼자 찍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함께 다니면서 출사라는 행위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사지에 도착해서 "시~작"을 외친 후로는 따로 조용히 다니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이것은 여행과 마찬가지의 이치입니다. 친한 사람들끼리 함께 돌아다니면 당장에는 재미있고 안전하지만 남는 게 없습니다. 제대로 배낭여행 하는 분들이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은 결코 그들이 왕따라서가 아닙니다.

(10) 찍은 사진 바쁘다는 핑계로 쳐박아뒀다가 그냥 삭제하기
최악입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찍는 순간의 화면 구성과 조작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찍을 것과 찍을 곳을 결정하는 일에서부터 찍은 사진을 세상에 내어놓는 일까지의 모든 과정이 사진 작업입니다. 그 중에서도 찍은 사진을 스스로 리뷰하면서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따져보는 일은 절대로 생략해서는 안되는 대목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카메라 만지는 재미, 기계 조작하는 재미에 빠져서 사진이 즐거울 수 있습니다(특히 남자분들). 하지만 그것도 1~2년, 서서히 그 재미에도 물리고 사진은 제자리걸음이고 먹고살기는 바쁘고... 그 다음은 생략해도 되겠죠?
그래도 상관 없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사진 실력이 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내가 찍은 사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고 고쳐가는 작업입니다. 둘째, 사진 찍는 일에 의미를 느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주변 사람 몇몇에게라도 보여주는 편이 훨씬 낫고, 이런 온라인 갤러리에 종종 올려보면 더 좋습니다. 나아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시민리포터같은 것이라도 해본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 두 가지를 위한 전제조건, 찍은 사진을 되살펴보는 작업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진은 취미입니다. 취미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겠죠. 출사를 핑계로 사람을 만나고 놀러나가는 것도 아주 의미있는 일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한 많은 분들이 취미임에도 사진을 좀 더 잘 찍고자 고민을 하시므로 다소 까다로운 레벨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행여나 제 얘기가 출사 다니는 재미조차 빼앗는 부작용을 낳지 않기 바라며, 그저 가능하다면 (그리고 원한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사진 실력이 더 늘고, 나아가 내 사진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용하게 쓰이는 데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였음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SLR의 장점]

 

(1) 렌즈가 보는 그대로 사람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얻어진다.

     ① 초점과 구도를 정확히 맞출 수 있다. 특히 접사 시에는 절대적인 장점이 된다.

     ② 어떤 렌즈를 끼워도 별도 조치 없이 그 렌즈 고유의 화각이 그대로 보인다. RF는 경우에 따라 별도의 외장 파인더를 장착해야 한다.

     ③ 심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심도 프리뷰 버튼이 있는 바디에 한함).

     ④ 각종 필터나 후드를 사용할 때 그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⑤ 렌즈 앞에 뭔가가 가리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때로는 플레어/고스트의 발생 여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2) 어떤 초점거리의 렌즈라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자연히 시판되는 SLR용 렌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RF에는 어느 정도 이상의 망원은 어려우며 매크로 렌즈는 아예 소용도 없다. 시판되는 RF용 렌즈의 종류 또한 SLR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적다.

(3) 렌즈와 필름 사이의 거리가 멀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망원렌즈와 함께 쓰기에 유리하다.

(4) 플래쉬, 각종 필터, 접사장비, 텔레컨버터, 앵글파인더 등 액세서리가 다양하다. 이는 SLR의 구조적 특성 탓도 있지만 사람들이 SLR의 확장성에 주목해왔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얻어진 장점이기도 하다.

 

이렇듯 SLR의 장점은 여러 가지를 미리 확인해가며 찍을 수 있는 정확성과 전천후적 확장성이지 다른 방식보다 화질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대체로 SLR 제품들이 화질도 더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카메라의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SLR의 장점에 주목한 프로 사진가들이 거의 이쪽을 선택해왔기 때문에 고급 제품군으로 특화되어온 결과다. 무겁고 크고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길거리 스냅에서 스튜디오 촬영을 거쳐 망원과 접사로 자연을 담는 데까지, 다용도로 본격적인 사진을 찍기에는 역시 SLR이 제격이다.

 

 

[RF의 장점]

 

   (1) SLR에 비해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바디뿐 아니라 렌즈도). 따라서 휴대성도 더 용이하거니와 스냅촬영에도 더 유리하다.

   (2) 미러가 없으므로 촬영시 셔터소리도 더 작고(다시 한번 스냅촬영에 유리), 미러쇼크 걱정도 없다.

   (3) 렌즈와 필름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광각렌즈와 함께 쓰기에 유리하며, 화질적으로도 더 유리한 점이 있다.

  [(0) SLR은 사진을 찍는 순간 미러가 올라가 뷰파인더가 깜깜해진다는 것을 감안해 "RF는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피사체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RF의 뷰파인더는 화각만 제시해줄 뿐이므로 찍는 순간에도 계속 보인다고 해서 별로 도움이 될 건 없기 때문이다. SLR의 장점 하나가 롱셔터로 찍을 땐 좀 줄어든다고만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RF에서의 표준렌즈는 35mm"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정말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RF는 광각렌즈를 끼워 스냅사진을 찍는 용도에 가장 어울린다는 뜻이다.(이 용도만큼은 분명 SLR보다 RF가 유리하다.) 광각렌즈는 넓은 화각으로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심도도 더 깊어지고 셔터속도 확보에도 더 유리하므로 확실히 RF와 광각렌즈의 궁합은 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라이브뷰 방식의 컴팩트 디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제 와서 새삼 필름식 RF를 찾을 필요는 전혀 없다. 더구나 필름식 RF의 단점까지 그대로 이어받은 디지털 RF를 살 필요는 더욱 없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현재 나와있는 모델들은 너무 비싸기까지 하다.(단, 35mm가 아닌 중형 필름카메라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무게와 크기의 차이가 현저하게 많이 나기 때문이다.)

  

  

[라이브뷰(LCD로 보면서 찍는 디카)의 장점]


(1) 컴팩트: SLR의 (1)번 항목과 RF의 (1), (2)번 항목이 다 적용되며, 아래의 사항들은 더 낫기까지 하다.

     ① 모든 제품에서 심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② 밝기와 화이트밸런스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밝기의 경우 결과물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③ 흑백모드 등 소프트웨어적 효과를 주어 찍는 경우마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④ RF보다도 더 작고 가볍다.

     ⑤ RF보다도 셔터소리가 더 적어서 거의 나지 않는다.

     ⑥ LCD가 뷰파인더보다 훨씬 크므로 초점 맞추기와 앵글 잡기에 유리하다.

     ⑦ 일부 모델은 LCD를 회전시킬 수도 있다.

     ⑧ 동영상 촬영기능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상적인 방식이다. 요컨대 인류가 발명한 지금까지의 어떤 카메라보다도 편리성에서만큼은 최고다. 스냅을 중심으로 간이접사와 간이동영상까지 병행할 수 있다. SLR을(동영상이라면 캠코더를) 메인으로, 컴팩트 디카를 서브로 병행하는 요즘의 추세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더군다나 DSLR만한 크기의 이미지센서를 채택한 제품들이 하나둘 출시될 경우, RF는 LP도 아닌 카세트 테잎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2) 하이엔드: 애매하다. SLR과 RF의 장단점을 숫적으로는 반반씩 갖고 있으나 비중으로 본다면 오히려 단점이 많다. 컴팩트와 비교해도 렌즈가 크고 줌 비율이 높다는 것 외에는 유리한 점이 없다.(이미지 센서가 더 크지도 않고, 화소수가 더 많은 것도 아니며, 수동기능이라면 컴팩트에도 충실한 제품이 많다.) 심지어 보급형 SLR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잃었다. 어느 모로 봐도 구입을 권하기가 꺼려진다.


(3) 라이브뷰 기능을 갖춘 DSLR: 기존 SLR의 장점 및 단점을 그대로 공유하되 컴팩트의 장점 일부(②, ③, ⑥, ⑦ 중 제품에 따라 몇 가지)가 추가되는 정도다. 기존의 SLR보다 더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연 이 방식이 확산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또한 아직까지는 라이브뷰 기능에 갖가지 한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S. 글을 올린지 1년 반, 어느덧 라이브뷰 기능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다만 DSLR에서 라이브뷰로 AF를 구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 중 가장 좋은 '라이브뷰 전용 이미지센서 방식'은 아직까지 몇몇 제품에만 채택되고 있다. 여전히 대다수 제품은 AF는 빠르지만 조작이 번거로운 '위상차 검출방식'이나 조작은 편하지만 AF가 무척 느린 '콘트라스트 검출방식' 중 하나 또는 둘 다를 채택하고 있을 뿐이며, 심지어 일부는 아예 라이브뷰 시 AF가 불가능한 것도 있다. 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다나와'의 이 기사(여기 클릭)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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