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에 달려있는 내장 플래쉬건 수십 만원짜리 외장 플래쉬건, 자동기능과 직광으로 찍은 사진은 보기 싫게 마련이다. 플래쉬 촬영은 상당히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래의 설명들은 니콘 바디를 기준으로 했다.(니콘이 캐논보다 확실히 좋은 부분이 바디의 기능과 함께 플래쉬 시스템이다.)
[언제, 어떻게 플래쉬를 쓰나]
- 어두운 곳에서 밝게 찍기 위해서: 가장 기초적인 용도. 일반적인 설정(바운스, 옴니 등)으로 쓴다.
- 더 빠른 셔터스피드로 찍기 위해서: 움직이는 대상을 정지시켜 찍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빠른 셔터스피드가 필요할 때(특히 그늘에서). 역시 일반적인 설정으로 쓴다.
- 필인플래쉬: 주피사체와 배경 간의 콘트라스트를 줄이기 위해서. 역광이나 하얀색 벽 앞에서 인물을 촬영할 때 등. 특히 일출/일몰이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인물촬영에서는 필수다. 배경을 기준으로 적정노출을 잡은 후 플래쉬를 -1~2 조광보정으로 쓴다.
- 너무 강한 그림자를 줄이기 위해서: 필인플래쉬와 마찬가지의 원리다.
- 반대로 주인공과 배경 간의 콘트라스트를 늘이기 위해서: 주피사체만을 강조하기 위해 쓴다. 접사 시에도 유용하고, 실외에서 배경을 언더노출로 하고 주피사체는 충분히 밝게 표현하고자 할 때도 이렇게 한다. 플래쉬를 살짝 쓰고 조리개를 충분히 조이고 셔터속도를 짧게 하면 된다.
- 캐치라이트를 넣기 위해서: 사람이나 동물의 눈을 반짝거리게 만들어준다. 플래쉬를 확산광으로 살짝 쓰거나 반사판을 활용하면 된다.
[플래쉬의 광량조정방식]
늘 똑같은 광량으로 터지는 외장플래쉬는 요즘엔 없다. 현재는 광량을 조정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쓰이고 있다.(단, 근래에 나온 제품은 거의가 TTL 방식이긴 하다.) 기술적인 부분이지만 알아두면 좋다.
- 수동: 풀, 1/2, 1/4과 같은 식으로 사람이 일일이 광량을 세팅하는 방식. 직광으로도 쉽지 않거니와 외부동조나 다등촬영에서는 상당히 어렵다. 그나마 디지털에서는 계속 찍어보며 조절해나갈 수 있겠지만, 필름에서는 공식에 따라 일일이 계산을 해야 한다.(기본공식은 다음과 같다; 가이드넘버 / 촬영거리 = 적정 조리개값. 다시 말해서 가이드 넘버 / 적정 조리개값 = 촬영거리.) 거리를 입력해주면 그것을 바탕으로 세팅되는 방식(거리우선 수동발광)도 있는데, 완전수동을 다소나마 개선한 것이다.
- 구식 자동: 조리개값을 바탕으로 자동조정하는 방식(조리개연동 자동조광), 바디가 아닌 플래쉬가 주변광량을 측정해서 자동조정하는 방식(외부자동조광) 등 TTL 방식의 등장 이전에 쓰이던 것들. 지금도 TTL을 쓰지 못하는 상황(모니터 발광을 할 수 없는 광동조 등)에서는 이 방식을 대신 쓰기도 한다.
- TTL: '쓰루 더 렌즈'의 약자. 요즘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플래쉬가 모니터 발광을 하고 그 빛을 렌즈가 받아들여 그것을 바탕으로 자동조정하는 방식. 바디의 자동노출기능을 플래쉬 촬영에도 도입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니콘의 D-TTL과 i-TTL, 캐논의 E-TTL 등은 기존의 TTL에 성능을 조금 개선시켜 각자 붙인 이름들로, 렌즈가 측정한 거리정보까지 감안해서 분석하거나 여러 차례의 모니터 발광 결과를 합산해서 분석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
▲ 니콘 SB-600에 기본제공 스탠드와 별매 옴니바운스를 장착한 모습
[플래쉬 사용 시의 카메라 세팅방법]
- 기본원리: 플래쉬를 쓸 때 조리개와 셔터속도는 노출과 관련하여 매우 다른 용도로 기능한다. 조리개는 플래쉬가 비춰질 주피사체의 광량(정확하게는 플래쉬 빛이 도달하는 거리)을 조절하는 것이 주된 용도가 되고, 셔터속도는 배경의 광량을 조절하는 것이 주된 용도가 된다. 물론 심도와 동작 등 노출 외의 기능은 원래대로 유지된다.
- 모드: M이 가장 편하다. 위의 기본원리에 따라 맞추되, 아래의 요소들을 고려한다.
- 조리개: 안 그래도 플래쉬 빛은 몇 미터 도달하지 못하므로 조리개값은 상대적으로 적게 가져가는 편이 유리하다. 물론 접사 등에서 배경과의 콘트라스트를 늘이기 위한 사용이라면 반대로 해야 한다.
- 셔터속도: 배경광을 살릴 것이 아니라면 동조속도까지 낮춰도 무방하다. 니콘 D70의 예를 들면 플래쉬를 쓸 때는 최대 셔터속도가 1/8000초에서 동조속도인 1/500초로 변한다. 밤에 1/500초에 ISO 200으로 해도 멀쩡하게 나오게 만들 수 있으며, 1/500로 하나 1/200로 하나 밝기엔 차이가 없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움직임(내 쪽이든 피사체든)은 문제가 안 된다.(슬로우싱크로에 대해서는 아래 따로 설명.) 문제는 밝은 낮의 야외에서 필인플래쉬와 동시에 아웃포커스를 원할 경우인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디의 원래 최대 셔터속도까지 다 쓸 수 있는 고속동조 기능(FP)이다. 그러나 플래쉬와 바디가 둘 다 이 기능을 지원해야 하는데 니콘에서는 D80 이상의 바디만 가능하다. 이하의 모델들에서는 ND 필터로 해결하면 된다.
- 조광보정: 니콘 D70의 경우 노출보정 버튼은 M모드에서 플래쉬를 켰을 때 조광보정으로 기능한다.(S모드나 A모드에서 조리개나 셔터속도가 한계치까지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장플래쉬라 해도 상당한 정도의 광량 조절이 가능하므로 적극 활용하라. 한편 피사체와의 거리를 감안한 조광보정 시에는 알아둬야 할 공식이 하나 있다. 플래쉬 빛의 밝기변화폭은 거리변화폭의 2배라는 것이다. 즉, 거리가 2배 멀어지면 밝기는 4배 어두워지며, 거리가 4배면 밝기는 8배가 된다.
- 화이트밸런스: 직광으로 찍으면서 오토나 플래쉬 모드에 놓으면 약간 퍼렇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구름이나 그늘 모드로 하라. 바운스 촬영 시에도 반사면의 색깔 등을 고려해서 수동조절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사면이 특정한 색이면 반사되는 빛도 같은 색조를 띄게 되기 때문이다.
- ISO: 어차피 플래쉬를 쓰는 것이므로 일단 최대한 낮게 잡는다. 풀로 발광을 시켜도 노출부족일 때에 한해서만 올려주면 된다.
[자연스러운 플래쉬 사진을 위한 팁들]
- 조광방식의 선택: 니콘이 내놓은 최신 조광방식인 i-TTL-BL(주피사체와 배경의 밸런스(BL)를 고려하는 조광)이 늘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스팟측광이 경우에 따라 3D 멀티측광보다 나은 것처럼 스탠더드 i-TTL 조광이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낫다. 결혼식처럼 실내에서 배경보다는 주피사체만 집중고려하는 촬영이 대표적이다. D70 내장플래쉬의 경우 M모드나 스팟측광에서는 스탠더드 i-TTL로 작동한다는 것을 봐도 두 방식의 용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슬로우 싱크로(저속동조): 야간이나 실내의 경우 배경광까지 담으면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이렇게 하려면 셔터스피드를 1/수십초 이하로 내리면 된다. A모드에 슬로우 싱크로 기능이 있는데, 그렇게 하나 M이나 S에서 셔터스피드를 낮게 잡으나 똑같은 것이다.
- 적목감소: 사람의 눈에는 홍체가 있는데 어두울 때는 이것이 열려있다. 이때 플래쉬를 갑자기 터뜨리면 그대로 찍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적목현상이다. 따라서 예비발광을 시켜 홍체가 작아지게 만든 후 찍는 것이 적목감소 기능이다. 예비발광으로 인해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으므로 촬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도록 말해두는 것이 좋다. 한편 홍체는 정면에서만 보이기 때문에 갑자기 플래쉬를 터뜨리더라도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으면 적목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요즘 카메라나 후보정 소프트웨어에 있는 후보정식 적목보정 기능은 대개 별로이므로 인물 촬영 때는 꼭 적목감소 기능을 쓰도록 한다.
- 반사체의 촬영: 플래쉬 빛을 반사하는 물체가 있을 때는 찍는 위치를 바꾸든 플래쉬의 위치를 바꾸든 각도를 틀어주면 된다. 정면을 조금만 피해도 반사된 빛이 찍히지 않는다.
- 바운스 촬영: 플래쉬 빛을 반사할 수 있는 천장이나 벽이 있을 경우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외장플래쉬는 바운스와 외부동조를 위해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각도는 앞쪽으로 45~60도, 노출보정은 +1/2 ~1 정도를 한다. 옴니바운스나 디퓨저 등과 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사용법일 뿐이며 반사될 면과의 거리, 반사될 면의 색깔, 피사체의 특성 등을 고려해서 그때그때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내장 플래쉬로 바운스: 조건이 좋은 실내에 한해 내장플래쉬로도 바운스를 칠 수 있다. 쿠킹 호일이나 흰 종이같은 것을 내장플래쉬 앞에 적당한 각도로 대어주는 것이다. 이 경우 +2~3스탑 정도 조광보정을 하고 화이트밸런스는 태양광 정도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일반적인 주택 정도의 높이에 하얀색으로 된 천장 기준.) 조촐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 액새서리들: 플래쉬 헤드 앞을 감싸서 빛을 확산시키고 부드럽게 해주는 옴니바운스와 디퓨저(확산판)와 소프트박스, 바운스칠 반사면이 없는 야외에서 쓰기 위한 넓은 면적의 바운서 등이 있다. 직광이든 바운스를 칠 때든 원래보다 +1/2~1 정도 노출보정을 해주도록 한다. 물론 반사판도 유용하다.
- 외부동조: 외장 플래쉬를 바디에서 떼어내 다른 각도로 터뜨리는 것. 당연히 커다란 효과가 있다. 니콘의 경우 D70 이상의 바디는 무선으로 이렇게 쓸 수 있는 커맨더 기능이 있다.(내장플래쉬가 제어기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없는 바디에는 무선동조기를 장착하거나 오프슈(싱크로 코드)를 이용해 유선동조를 해야 한다. 무선동조에도 채널동조와 광동조가 있다. 채널동조는 특정채널을 지정해서 전파로 동조시키는 것으로 TTL은 물론 각종 정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광동조는 다른 플래쉬 빛을 받으면 따라 터지는 방식으로 제품을 가리지 않는 대신 모니터 발광을 못하므로 TTL식 광량조정이 안 되고 한 곳에서 여러 사람이 플래쉬 작업을 못하는 등 기능 상의 한계가 있다.
[특이한 플래쉬 사진을 위한 팁들]
- 후막동조: 플래쉬는 보통 2개의 셔터막 중 선막이 열릴 때 터지는데(선막동조), 반대로 후막이 닫힐 때 터지게 하는 것. 빨리 움직이는 대상을 느린 셔터속도로 찍을 때 후막동조로 하면 이동궤적의 나중 부분이 또렷하게 찍히기 때문에 선막동조보다 자연스럽고 다이내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슬로우 싱크로로 인물촬영을 할 때도 후막동조가 유용하다. 사람들은 보통 플래쉬가 터지는 순간 촬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기 쉽기 때문이다.
- 플래쉬 블러: 후막동조의 변용으로, 재미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연광으로는 움직이는 밝은 물체(전등, 라이터 등)의 궤적을 찍고 플래쉬 빛으로는 사람과 배경을 정지시켜 찍는 기법이다.
- 연속발광(RPT): 다중노출과 비슷한 기능. 느린 셔터속도로 움직이는 대상을 찍을 경우 플래쉬를 여러 번 나누어 터뜨림으로써 대상의 움직임이 중첩되게 만든다. 이 기능이 없는 플래쉬의 경우 카메라로는 그냥 찍고 플래쉬의 테스트발광 기능을 이용해서 수동으로 여러 번 터뜨려줘도 된다.
- 증등촬영(다등촬영): 2개 이상의 플래쉬를 쓰는 것. 본격적인 스튜디오 촬영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조명에 대한 상당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공식 한 가지는 주조명이 보조조명보다 2배쯤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선이 가능한 바디와 플래쉬가 있고, 유선이라야 하는 제품도 있다. 구성은 내장플래쉬든 외장이든 하나의 마스터와 여러 개의 리모트(슬레이브)로 이루어진다. 서로 간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마스터를 포함해 3~4개가 한계다.
- 증등촬영용 장비: 니콘 바디에서 제대로 마스터 구실을 할 수 있는 외장플래쉬는 SB-800뿐이지만(리모트로도 사용 가능) 리모트로는 SB-600, SB-R200, 기타 다른 회사의 무선동조 가능모델도 쓸 수 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내장플래쉬와 1개의 외장플래쉬만으로도 증등촬영이 가능하다. SB-800에는 광동조 기능인 SU-4 모드가 있어 내장플래쉬의 리모트로도 쓸 수 있고, D200과 D80에는 내장플래쉬를 마스터로 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반면 D70(s)은 커맨더로만 쓸 수 있으며, D50은 커맨더로도 쓸 수 없다. 한편 유선의 경우 슬레이브 플래쉬 컨트롤러, 조광 코드, 증등 코드, 어댑터 등 많은 액새서리가 필요하게 된다.
[출처] 플래쉬(스트로보) 사용 시에 알아두면 좋은 팁과 용어들|작성자 유랑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