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박종세 기자]

조성권(50) 우리은행 홍보팀장은 지난 2001년 6월 뉴욕발(發) 서울행 비행기에서 10가지를 결심했다. 4년간의 미국 주재원 생활을 마친 뒤의 귀국길이었다. 직장에서 남은 시간은 대충 10년. 외환위기로 명퇴당한 선배들 모습을 그리면서, 자신은 비참한 은퇴를 맞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0년간 준비할 은퇴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5년째 죽기살기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1. 매달 10만원씩 붓는 통장을 매년 한 개씩 만들었다. 현직 때 10만원은 별 것 아니지만, 은퇴 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돈이다. 가끔 정기펀드 상품 등에도 가입하다 보니 그의 통장은 현재 8개로 늘었다.

2.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갖는다고 생각해 보았다. 이력서의 빈 공간이 너무 컸다. 자격증 10개를 따기로 했다. 우선 홍보관리사 자격증부터 땄다. ‘늙으면 자동차가 발이라던데…’. 자동차 정비사도 땄다. 지금은 약초 등을 이용하는 대체 의학 관련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3. 딸을 시집 보낼 때 그럴듯한 ‘명함’이 아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컨설턴트라면 늙어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사학위에 도전했다. 은행 실무와 연결이 되는 ‘벤처 중소기업학’ 박사과정을 5학기째 밟고 있다.

4. 은퇴 후에도 만날 수 있는 친구 10명에 정성을 다하기로 마음 먹었다. 첫번째 친구는 아내다. 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와 수락산을 올랐다. 비탈길에서 손을 잡아주자, 눈물 흘리던 아내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5년째 주말마다 함께 등산을 다닌다. 지속되지 않을 것 같은 모임 8개를 정리했다. 가족 모임을 포함해 10개만 남겨두었다.

5. 내 생활은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결심했다. 첫 해에는 설거지·빨래·음식장만 등 집안일을 습득했고, 둘째 해엔 선풍기·전구 등 가구와 가전제품을 분해해 보았다. 이젠 웬만한 찌개는 다 끓인다. 가전제품의 사용법도 확실히 익혔다.

6.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 10가지를 꼽았다. 현재 금강경(金剛經)을 베껴 쓰고 있고, 고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 은퇴 후 서예전을 열 생각이다.

7. 전국의 좋은 산 100곳을 오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19곳을 올랐다.

8. 꼭 읽어야 하지만, 못 읽은 책 100권을 골랐다. 성경과 불경을 읽었고, 지금은 청조(?朝) 시대 옹정제를 읽고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9. 책 10권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직 한 권도 못냈지만 전공을 살려 중소기업 경영 관련 서적을 준비 중이다.

10. 건강을 챙기고 있다. 국선도를 수련 중이다. 수지침도 배우고 있다. 건강만 하면 의외로 먹고 사는 게 큰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선배들을 만났더니 한결같이 건강과 맑은 정신이 있으면 밥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된다고 조언하더라구요”. 하지만 담배는 아직 못 끊고 있다.
《대기업 부장 안모(46) 씨에게 올해 8월은 유난히 힘들었다. 해외투자와 인수합병 등 회사 업무가 과중한 탓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집에서 생겼다. 업무와 무더위로 심신이 지쳐 있던 어느 날, 식탁에서 중3짜리 외동딸에게 꾸중을 했다가 집안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에게 화난 일 있어? 왜 밥상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니. 그리고 어른들 앉아 계신데 저만 밥 다 먹었다고 혼자 일어나기야?” 딸은 대답도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이어지는 아내의 말이 안 씨의 가슴을 후려쳤다. “당신, 그렇게 말해 봤자 권위 안 서요.”

아내는 작심한 듯 불만을 쏟아 냈다. 가장 스스로 가족에게 시간을 안 내주면서 딸 버릇 가르치려 하느냐, 쟤가 아빠 얼굴이나 보면서 큰 애냐, 당신은 밥상에서 분위기 띄운 적 있느냐, 쟤도 내년부터는 고등학생이라 올해가 가족과의 마지막 휴가여행일 텐데 당신은 휴가 계획도 못 세우고 있지 않느냐, 당신이 돈 버는 것 말고 가족한테 해준 게 뭐냐….

“깜짝 놀랐죠. 한번도 한눈팔지 않고 달려 왔는데, 가족들도 일에 대한 저의 헌신이 오로지 가족을 위한 것임을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성적표는 단지 ‘돈 벌어주는 아빠’란 한 과목에서만 과락을 면했더군요. 저는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족들은 저와 다른 집 가장을 여러 면에서 비교하고 있더군요. 주말마다 함께 여행 가는 아빠, 방학 때마다 해외연수 보내 주는 아빠, 퇴근 후 함께 산책하는 남편….”

그러나 안 씨는 이제 와서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컴퓨터와 영어 실력으로 무장한 후배들이 밀고 올라오는 가운데 ‘시간과 노력을 100% 바치는 것’ 외에는 일터의 경쟁에서 당해 낼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몸 바쳐 돈을 버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쌓인 가족의 불만 앞에서 당황하는 안 씨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의 가장들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밤낮없이 일하며 젊음을 다 보내 버린 가장들은 이제 ‘빵점 가장’으로 낙인찍힌 자신을 발견하고는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G사의 최모(53) 부장은 “젊음과 건강, 저 자신의 행복은 포기한 채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일했는데 그런 ‘희생’이 가족들에겐 제가 기대했던 만큼의 행복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 같아 허망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중년 남성들이 자랄 때 아버지란 생계를 책임지고 집안의 큰일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존재였죠. 지금의 가장들은 자기가 보고 자란 역할 모델을 충실히 따랐지만, 가족과 세상은 여기에 덧붙여 ‘시간을 내주는 아빠’ ‘대화하는 아빠’ 등 다양한 역할을 원하고 있습니다.”(강학중·姜호中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생계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 1960, 70년대를 지나 자녀교육, 재테크, 참살이(웰빙) 문화 등이 가정의 우선순위 과제가 되면서 소득 활동이라는 ‘가정의 기본 업무’를 담당해 온 가장의 결정권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많은 남성은 ‘Something(대단한 무엇)’에서 ‘nothing(별것 아닌 것)’으로 오그라든 자신의 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채 문화적 충격 속에 괴로워하고 있다.

건축공무원 김모(46) 씨는 수년 전부터 집안에서 주눅 든 채 생활하고 있다. 서울 강북의 아파트에 살았던 2000년 초에 부인은 “빚을 내서라도 강남의 대치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는 ‘건축 규제가 어떻고, 건설 동향이 어떻고’ 하며 부인의 말을 무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대치동 아파트 시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뒤 자연스럽게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부인에게 넘어갔다.

“저도 건축 관련 업무를 해 왔지만, 일에 쫓기다 보면 실제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젬병이기 십상입니다. 아이들 학부모회나 주부들 입소문을 통해 전파된 ‘아줌마 정보’가 훨씬 현실적이고 미래를 내다봤던 거죠.”

은행원인 장모(47) 씨는 최근 경기 구리시에서 서울 영등포구로 이동 발령을 받았다.

“자가운전으로 출퇴근하느라 매일 두 시간 이상씩 길에서 허비합니다. 아내가 구리시의 집 근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데, 공부하는 아이들 신경 쓰며 일까지 하려면 제가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영등포구로 이사하자는 제안도 해보았지만 “한창 공부하는 아이들을 전학시키려고 하느냐”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가정에서의 소외감 때문에 일탈하는 남성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회사원 한모(42) 씨는 최근 직장 동료와 바람피우면서 여관비 등을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휴대전화 통화 기록도 지우지 않았다. 당연히 부인에게 들켰다.

한 씨를 심리상담 했던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뒤늦게 경제활동에 나선 부인의 수입이 남편보다 많았으며 빨래나 식사 준비 등을 주로 남편이 했는데, 부인이 가끔 남편에게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며 “한 씨가 바람피운 동기엔 부인에게 ‘한 방 먹이려는 심리’가 컸고 그래서 차라리 ‘사고를 친 게’ 발각됐으면 하는 심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채기(鄭菜基) 한국남성학연구회장은 “남성의 소외 현상은 한국 사회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며, 현대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역할이 전체적으로 변하는 물결의 일환”이라며 “가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고립된 벽에 갇히지 말고 서로의 고민과 불만, 집안일까지 적극적으로 털어놓고 나누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하루 쉬고 싶다..

차로 가서 편한 차림으로 반바지에 티 하나를 입고, 머리엔 선글라스 하나에 바닷가 한 술집에 들어가서 청하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말이다..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들과 함께 웃으며, 조용히 서로를 응시하며 말이다.


친구와도 좋다 애인과도 좋다 그리고 와이프와 아이들과 함께도 좋다..

나이가 들어서도 늙은 백발이 되어서도 말이다. 함께 말이다.

주먹질도 해보며, 때론 달콤한 입맞춤과 함께, 안아주기만 해도, 내 옆에 기대어 주기만 해도 난 행복하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모래바닥을 발로 툭차며, 내 팔짱을 끼우고 어깨를 기대고 걸어줘도 난 행복하다.

이러한 행복함에 못이겨 살고 싶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내 다리에 아이하나가 매달리고 하하 웃으며...

평생 내 옆을 함께 지낼 친구와 함께 말이다.


옆에만 있어도 손만 잡아도 앞을 보고 걷더라도 믿을 수 있고, 미소를 짓고 싶다.

고마워 라고 말할수 있는 고맙게 항상 생각할 수있는 감사할 수 있는...


언제나 언제나 말이다...

정말 납량 특집입니다..-.-;;;;

어제 일어난 일입니다.
어제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 차를 몰려고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들리더군요.. 집주변에 도둑 괭이가 많지만, 별로 고양이를 안좋아하는지라 좀 기분이 안좋았지만, 회사로 갔습니다.
늦은 오후에 예정에 없던 평택 출장이 잡히는 바람에 차도 길들일겸 ( 2002년형 SM5인데 11000km ㅜㅜ) 160으로 30분만에 도착했죠...--v..
평택에 주차빌딩에 주차를 하고, 일을 보고 왔죠..

8시반쯤 일이 끝나고, 트렁크에 노트북을 넣고, 담배한대 태우면서 출장 리뷰를 간단히 했죠.
차속으로 들어와 앞을 보니 벌써 어두워 졌더라구요..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섯뜻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그렬려니 하고 동료의 집인 분당으로 향했죠..

분당에 가본적이 없어서 고속도로 진입 후 차를 100으로만 달리면서 가고, 동료와 일얘기를 나누는데, 운전중에 또 들리는 고양이 소리...
동료(여자)에게 물어보니 안들린다고 하더군요..--;;
기분이 좀 찝찝하지만 제가 성격이 워낙 민감한 지라 그냥 들리는 소리겠거니 하면서 일단 계속 운전을 하고 갔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분당으로 향하는데 또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 창문들 다 닫고 다시 동료에게 물어보니...역시 안들린다더군요.....-.-;;
그리고 이윽고 다시나는 소리..이번엔 들었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동료분이 으악~~ 소름끼쳐...하시면서 더 불안해 하는 모습... ( 전 더 불안했습니다.. )
그러면서 이건 완전 납량 특집이라면서 고양이의 원혼이라면 ...ㅜㅜ
완전 소름 쫙~~ 끼침이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생각해서 아까 노트북 넣으려고 트렁크를 열고 담배 피워서 그때 트렁크로 들어갔을꺼다..라고 말하며 다시 서로 안정을 찾아 동료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동료의 집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일단 고등학교운동장 한가운데에 차를 세웠습니다.
트렁크를 조심스레 열고, 노트북을 치우면서 보니 ...없더군요..-.-;;;
아니 안 튀어 나오더군요...
긴 우산으로 카 커버를 휘집고 해도...안나오더군요..-.-;;
트렁크를 열어서 다시 보니.......없더군요...ㅜㅜ

일단..도망갔을꺼다...라는 결론하에....
하지만 옆에서 동료 말하기를 여긴 운동장 한가운데고 도망갔으면 보일꺼다..
흑흑....일단 주위의 바퀴 한번씩 발로 차 주고...
다시 서울 강남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내곡 순환도로를 타고 집에 가는데.....흑....
또 들리는 고양이 소리....일단 아니겠꺼니 하고 음악을 좀 크게 틀고 갔습니다..

집에 거의 도착하는데 다시 좀 크게 울리는 고양이 소리....점점 공명을 토애 확인시 되는 소리가 났습니다....-.-;;; ( 참고로 집은 지하주차장입니다.)
내려서 긴 우산으로 차 바닥이랑 다시 툭툭 쳤습니다.
그리고 차체도 한번씩 치고......
결국.....
소리는 안나더군요....안심하고 올라가면서. 동료에게 전화하니 받지도 않구..

현대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납량특집" 이라면서자초지정을 이야기 하니 본네트를 열어보라고 하더군요..
다시 내려 가니 내 차쪽에서 들리는 고양이 소리...ㅜㅜ

본네트를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무지 뜨겁더군요..-.-;;;
그것도 아주 많이..일단 이곳 저곳 살펴보며 다시 한번더 손으로 쳐보면서 다녔죠...
결국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일단 그냥 pass 하고 집에서 잤습니다..

오늘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옆 앞 차를 다 밀고 차의 시동을 거는데...아무 소리 안납니다...히히..
다행스럽게 운전하고 집앞으 바리케이트를 리모콘으로 올리는데..또 들리는 소리....으악~~~...
실제로 무서움 + 짜증....ㅜㅜ

일단 노래를 틀고 운전 하는데 오늘도 그 소리 납니다....-.-;;;

오늘 정비소에 가봐야 할지...ㅜㅜ

의문사항 몇가지..
1. 차 안은 확실히 아니다!! 공명이 되면서 밖이 더 시끄러운것을 보면 차 안은 확실히 아니다.!!
2. 밖이라면 안전하게 들어갈수 있는 곳은 트렁크 뿐이다!!
3. 본네트를 열어 보니 무지 뜨거웠습니다.......여긴 없다...-.-;;

그렇다면 차 밑인데.......
160km로 달리면 첫째 열이 대단할 것이고, 차 밑이라면 왠만큼의 잡기라도 날라갔을 터인데...그리고 지금 거의 이틀째 못먹고 있을텐데..죽어야 할텐데...
차 밑에 있다면...도대체 어디란 말이냐!!!....

흑흑......무섭습니다...-.-;;

--> 실제 제 차 이야기 입니다....흑흑....어찌해야 하죠....??
당신이 좋아집니다

친구처럼 다가온 사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언제나 날 이해해 줄 것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그런 당신이 좋아집니다.

단둘이 커피를 마실 때 맑은 미소를 보내주는 사람

한적한 공원에 함께 있을 때 날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

이유 없이 내가 웃고 있어도 말없이 마주 웃어 주는 사람

그런 당신이 참 좋아집니다.

연인이 아니어도 연인처럼 느껴지는 사람

늘 친구로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술에 취한 당신을 집에 바래다주고 싶은 사람

그런 당신이 난 좋아집니다.

당신은 늘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부르면 곧 달려올 수 있는 곳에

그렇게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 한 곳에 오래도록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집 “당신이 좋아집니다” 中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권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늘 함께 있으면서 부딪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여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그저 날마다 비슷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습관적인 일상의 반복에서 삶에 녹이 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가꾸고 다듬는 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신의 삶에 녹이 슬지 않도록
늘 깨어 있으면서 안으로 헤아리고 높이는 일에
근본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홀로 자기 세계를 가꾸면서
공유하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거문고 줄처럼'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거문고 줄은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이지,
함께 붙어 있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공유하는 영역이 너무 넓으면 다시 범속에 떨어진다.

행복은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각이나 행동에 있어서 지나친 것은 행복을 침식한다.
사람끼리 만나는 일에도 이런 절제가 있어야 한다.
행복이란 말 자체가 사랑이란 표현처럼
범속한 것으로 전락한 세상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가슴속에 사랑을 채움으로써 오고,
신뢰와 희망으로부터 오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데서 움이 튼다.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따서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또는,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레임을 친구에게 전해 주고 싶었던
그런 경험은 없는가?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친구이다.
좋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보배이다.
친구를 통해서 삶의 바탕을 가꾸라.


- 법정 잠언집,《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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