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칼 차이스(차이스 이콘/콘탁스)

 

세계 3대 렌즈제조사의 하나이자 최초의 SLR 카메라 제조사. 렌즈의 특성은 대체로 니콘처럼 예리하고 선명함(이유는 밑에). 1846년 광학기기 공방으로 시작. 1890년부터 Protar를 시작으로 카메라 렌즈를 제조. 그러나 처음부터 핵심분야는 카메라 렌즈가 아닌 현미경, 망원경 등이었으며 일본 기업들에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에도 이쪽이나 산업용/연구용 전문장비에서만큼은 여전히 세계최고로 군림중. 국내에서는 안경 렌즈로도 유명.

 

이 모든 분야를 포함한 모기업이 칼 차이스 재단이며, 그 중 카메라 분야의 자회사가 차이스 이콘, 다시 그 중의 한 가지 브랜드가 콘탁스(1932~)인 것. 차이스 이콘은 칼 차이스가 몇 개의 작은 카메라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발족한 회사였기 때문에 일부러 여러 가지 브랜드를 썼던 것이나, 콘탁스 브랜드 제품들이 압도적 지지를 받음으로 인해 '차이스 이콘 = 콘탁스'가 되어버림.

 

콘탁스는 1949년 세계최초의 SLR인 콘탁스 S를 내놓는 등 한때 'RF의 라이카, SLR의 콘탁스'로 불리며 전세계 카메라 시장을 대표함. 그렇다고 SLR만 만든 것은 아니고 RF, 컴팩트, 중형까지 다 생산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저렴한 가격과 자동 기능을 앞세운 니콘 등의 일본 기업에게 계속 밀린 끝에 야시카와 합작을 시작.(렌즈는 차이스 이콘이, 바디는 야시카가 제작.) 이후 야시카+콘탁스가 교세라로 합병되었으나 2005년 교세라는 카메라 사업 포기를 선언.

 

재미있는 사실은 콘탁스 몰락의 주범인 니콘이 초기에는 콘탁스 제품들을 모방하며 컸다는 것이다. 니콘의 특성이라고 하는 강한 콘트라스트, 선명한 디테일 등은 이런 역사 탓이라고 한다. 한동안 소니에 렌즈 기술을 제휴해주는 것(Vario-Sonnar 시리즈와 Vario-Tessar 시리즈)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차이스 이콘이 최근 니콘 바디용 렌즈인 ZF 시리즈의 출시를 시작하면서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물론 이는 교세라의 콘탁스 사업 포기에 따른 후속대책이기도 하다.

 

[과거의 칼 차이스 렌즈군 - 모두 바디와 함께 생산중지]

- C/Y 마운트: 콘탁스/야시카의 수동 SLR(S 시리즈, RTS 시리즈, 아리아 등등)용 MF 렌즈들. 일부 모델은 바디의 A(Av), S(Tv), P모드를 모두 지원하는 MM형과 A모드까지만을 지원하는 AE형의 2가지로 출시되었다.

   = Distagon: 리트로포커싱 방식의 광각 단렌즈군. 25mm 2.8, 28mm 2.8, 35mm 1.4 등. 최초설계 1946년.

   = Tessar: 3군 4매의 간단한 구조를 가진 표준~망원렌즈군. 망원렌즈군은 Tele-Tessar, Tele-Apotessar 등으로 명칭. 1902년부터 생산. 20세기 전반기 최고의 렌즈로 군림. 45mm 2.8 등.

   = Planar: Tessar보다 2스탑 정도 더 밝은 표준~준망원 단렌즈군. 1896년 최초 개발했으나 당시로선 코팅기술의 한계가 있어 시판은 50년대부터 됨. 20세기 후반기 최고의 렌즈로 군림. 칼 차이스 렌즈군의 대명사이기도 함. 매크로 렌즈는 Makro-Planar로 명칭. 50mm 1.4, 50mm 1.7, 85mm 1.4 등.

   = Sonnar: F2.8 밝기의 준망원~망원 단렌즈군. 1932년부터 생산. 85mm, 135mm, 180mm 등.

   = Vario-Sonnar: Sonnar 방식에 기초한 줌렌즈군. 다양한 초점거리가 있으며, 고정조리개값인 것도 가변조리개값인 것도 있음. 28-85mm 3.3-4, 80-200mm 4.0, 100-300mm 4.5-5.6 등.

   = Mirotar: 초망원 단렌즈군. 500mm 4.5 등.

   = Mutar: 텔레컨버터. I, II, III 등.

- N 마운트: 2000년대 초에 출시된 콘탁스의 AF식 SLR 카메라(N1, NX, N 디지털)용 AF 렌즈들. 이하의 모든 마운트에도 C/Y 마운트와 마찬가지로 초점거리와 설계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는다. 예컨대 N 마운트의 Planar 렌즈군은 'N Planar'라고 부른다.

- G 마운트: 90년대에 출시된 콘탁스의 AF식 RF 카메라(G1, G2)용 AF 렌즈들. C/Y 마운트에서부터 존재하던 렌즈군들 외에 G 마운트 고유의 렌즈군으로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 Hologon: F8 고정조리개값의 RF 전용 초광각 단렌즈. 최초설계 1964년. 16mm 8 한 가지.

   = Biogon: Distagon과는 다른 구조를 가진 RF 전용 광각 단렌즈군. 최초설계 1951년. 21mm 2.8, 28mm 2.8 등.

- 645 마운트: 99년에 출시된 콘탁스의 6X4.5cm 포맷 중형카메라(645)용 AF 렌즈들.

 

(※  T*(티스타): 다층막 반사방지 렌즈 코팅 기술. 1935년 개발된 이 회사의 특허기술. 대부분의 칼 차이스 렌즈는 T* 코팅이 되어있으며, 렌즈 이름 뒤에 이를 명기한다.)


[현재의 칼 차이스 렌즈군]

- ZF 마운트: 2006년부터 발매된 니콘 바디(F 마운트)용의 MF 단렌즈군. 과거의 니콘 MF 렌즈군이었던 Ai-S 시리즈에 대응. 독일에서 개발하고 일본 코시나 공장에서 생산. 표준계의 밝은 단렌즈들이 하나둘씩 출시되고 있음.

- ZS 마운트: 역시 2006년부터 발매. 니콘 외의 카메라에 쓸 수 있도록 범용 M-42 스크류마운트를 채택한 MF 단렌즈군. 브랜드별 M-42 어댑터를 통해 장착할 수 있음. 광학적 성능은 ZF 마운트군과 동일. 역시 코시나 생산. Planar T* 50mm 1.4가 제일 먼저 발매되었음.

- ZK 마운트: 2007년부터 발매된 펜탁스 바디(K 마운트)용의 MF 단렌즈군. ZF 시리즈의 펜탁스용 버전이라고 보면 됨.

- ZM 마운트: 2005년부터 발매. M 마운트를 채택한 RF 카메라(라이카 M 시리즈, (새로 나온) 차이스 이콘, 포익틀랜더, 엡손 R-D1(s), 롤라이 35RF, 코니카 헥사 RF 등)용으로 나온 MF 단렌즈군. 모두 T* 코팅을 채용. 독일 본사 및 일본 코시나에서 생산.

- ZA 마운트: 2006년부터 발매. 칼 차이스-소니의 합작품 내지는 칼 차이스와 기술제휴한 소니의 렌즈. 미놀타를 인수해 DSLR 시장에 뛰어든 소니가 미놀타/소니의 알파 마운트용으로 내놓고 있는 고급제품군.

- ZH 마운트: Zeiss Helvetica. 스위스의 카메라 업체인 '지나 Sinar' 바디용의 단렌즈군.

- 중형카메라용: 핫셀블라드, 롤라이, 알파 등의 중형카메라를 위한 렌즈들. 핫셀블라드의 경우 초기를 제외하곤 거의 칼 차이스 렌즈만을 채택해온 반면 롤라이는 슈나이더의 제품도 함께 쓰고 있다.

 

 

2. 라이카(라이츠) 

 

세계최초의 35mm 필름카메라 제조사이자 최고의 RF 카메라 제조사. 반면 3대 렌즈 제조사에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주장도 많다.(라이카 대신 로덴스톡을 넣어야 한다는 것.) 1849년 광학기기 연구소로 시작. 역시 원래는 현미경, 망원경 제조사였고 아직도 최고의 프로용 장비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음. 라이카가 카메라 회사로 발돋움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던 오스카 바르낙은 다름 아닌 칼 차이스에서 일하다가 옮겨온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적어도 렌즈 기술에서만큼은 칼 차이스를 뒤따라가는 형국을 보여왔다.

 

1925년 세계최초의 35mm 필름카메라(=휴대가 가능한 카메라)인 '라이카 I'(RF식)을 출시한 이후 오랜 기간 필름카메라의 대명사로 군림해옴. 정확한 의미에서 이 제품이 최초의 35mm 카메라는 아니다. 1908년 다른 사람이 먼저 시도했던 바 있고, 라이카에서도 1913년에 시제품인 Ur-Leica를 만들어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상품으로서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라이카 I이 최초였던 것.

 

처음부터 만들었던 RF에 이어 1964년부터는 '라이카플렉스'를 시작으로 SLR도 내놓는다. RF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M시리즈는 1953년의 M3부터 시작되었으며, SLR식  라인업인 R시리즈는 1976년부터.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라이카라는 이름을 RF/M시리즈와 등치시킴. 그럴 만도 한 것이 알고 보면 R시리즈는 미놀타에서 만든 제품들을 거의 껍데기만 다시 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사의 바디를 위한 렌즈군도 역시 M마운트와 R마운트가 있으며, M마운트의 렌즈들이 더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콘탁스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가격과 자동 기능, 나중에는 디지털로 연달아 일본에 밀리면서 필름 바디는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고 렌즈는 파나소닉에 기술을 제휴해주며 연명하고 있음. 라이카의 이름으로 디지털 컴팩트 제품들이 나오고 있긴 하나 예전 R시리즈의 경우처럼 모두 파나소닉이 만든 것에 껍데기만 다시 씌운 것일 뿐임.

 

니콘이 콘탁스를 모방하며 성장했던 데 반해 캐논은 라이카를 모방하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이쪽 역시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라이카와 캐논은 둘 다 부드럽고 입체감이 살아있으며 인물사진에 보다 적합하다는 평을 듣는데, 물론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과 입체감을 위해 선예도를 희생시키는 등의 방법을 일부러 쓰는 것이라고 한다.

 

- Elmar: 1926~1961. 광각~망원계의 MF 단렌즈군. 칼 차이스의 Tessar를 복제한 것. 50mm 3.5 등.

- Summar: 칼 차이스의 Planar를 복제한 것.

- Summicron: 보다 이후에 나온 대표적 MF 단렌즈군. 모두 F2.0임.

- 기타, Summitar 등 다양한 렌즈군의 있음.

 

 

3.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세계 3대 렌즈제조사의 하나. 1913년 설립. 렌즈와 필터만 만들어오고 있으며, 로덴스톡과 함께 중대형 카메라용 렌즈에 주력해왔다. 그만큼 중대형용의 명성은 높은 반면 35mm용 렌즈는 거의 생산하지 않음. 35mm용으로는 필터가 유명하다. 중대형은 롤라이 등에, 35mm로는 라이카, 롤라이, 코닥 레티나 시리즈 등 일부 모델에만 채택되어왔다. 필터는 B+W 브랜드로 내고 있는데, 역시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삼성 일부 및 코닥 제품에 기술을 제휴해주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 그 탓에 전후사정 모르고 슈나이더를 우습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대략 칼 차이스와 라이카의 중간쯤 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 Symmar, Angulon, Xenar, Xenon 등: 모두 중대형 카메라용 렌즈군. 가공기법과 초점거리에 따라 앞에 Apo-나 Tele- 등이 붙는다.

 

 

4. 로덴스톡

 

칼 차이스, 슈나이더와 함께 "정말로 세계 3대 렌즈제조사 안에 들어가야 한다"며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렌즈전문사. 1877년 설립. 슈나이더처럼 중대형 카메라용 렌즈에 주력해왔고 일본 디카업체들과의 제휴도 없었기 때문에 카메라 쪽에선 DSLR 사용자들에게조차 꽤 생소한 이름임. 그럼에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인 까닭은 안경 렌즈 분야에서의 유명세 때문일 것이다. 렌즈보단 필터가, 필터보다는 안경이 훨씬 유명함.

 

 

5. 롤라이(롤라이플렉스)

 

중형카메라 전문회사. 중형 TLR(2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대명사. 1928년 최초의 중형 TLR 모델을 발표한 후 50년대까지 중형카메라의 대표주자로 통함. 이후 후발인 핫셀블라드에 점차 밀려나게 됨. 두 회사 모두 중형카메라를 주력으로 한다. 주로 칼 차이스의 렌즈를 쓰지만 슈나이더의 렌즈도 함께 채택하고 있다.

 

계속 핫셀블라드에 밀린 끝에 1981년 도산. 몇 차례의 모기업 전전 끝에 1995년 삼성에 인수합병됨. 20세기 후반의 대표적 모델로는 SL66 시리즈와 SLX/SL6006/SL6008 시리즈가 있음. 반면 요즘 내놓는 컴팩트 디카들은 롤라이의 명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보인다.

 

 

6. 핫셀블라드

 

독일이 아닌 스웨덴의 중형카메라 전문회사. 롤라이와 달리 중형 SLR만 만든다.(35mm 파노라마 카메라인 X-Pan은 사실상 후지에서 만든 TX에 핫셀블라드 상표만 붙인 것이다.) 군수품 용도로 광학기기를 생산한 데서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됨. 일반인용은 2차대전 이후부터 제조. 1957년에 발매한 500C 모델로 선발주자인 롤라이를 단숨에 누른 후 반세기 동안 중형카메라의 최강자로 군림해오고 있다. 초기에는 칼 차이스의 Tessar를 모방해서 만든 코닥의 Ektar 렌즈를 썼지만 500C부터는 거의 칼 차이스 렌즈만을 채택하고 있음. 2004년 덴마크의 디지털백·스캐너 제조사인 이마콘과 합병하면서 요즘에는 중형 디지털 분야에 집중하고 있음.

 

 

7. 린호프

 

대형카메라 전문회사.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품이 4X5인치 이상의 대형 시트필름용임. 1887년 카메라 셔터부품 회사로 설립. 1935년 대표적 라인업인 '테크니카' 시리즈를 처음 출시. 대형카메라는 특성상 바디별 마운트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대형카메라용으로 생산된 렌즈라면 어느 것이나 쓸 수 있게끔 되어있다. 주로 쓰이는 것은 슈나이더로덴스톡의 제품들이다.

 

 

8. 포익틀랜더('보이글랜더'는 잘못된 발음임)

 

정확하게 말하면 저렴한 필름 RF 카메라를 생산하고 있는 요즘의 포익틀랜더는 독일 회사가 아니다. 1756년 독일에서 과학기구 제조사로 출발한 후, 1840년부터 렌즈와 카메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사 II 모델은 알아주는 RF 명품으로 통했다. 그러나 SLR에 밀리고 일제에 밀려 1960년 차이스 이콘에, 다시 1972년 롤라이에 합병. 회사는 사실상 사라지고 상표권만이 일본의 코시나에 넘어가 요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것.

 

참고로 코시나의 포익틀랜더 베사 시리즈는 뛰어난 가격대성능비와 라이카 M 렌즈를 쓸 수 있다는 점(일부 모델) 때문에 은근히 인기를 얻고 있다. 포익틀랜더 뿐 아니라 요즘 새로 나오고 있는 필름/디지털 RF 카메라의 대부분에는 코시나의 손길이 묻어있다. 칼 차이스의 '차이스 이콘' RF 카메라, 롤라이의 '35RF' 카메라, 엡손의 'R-D1(s)' 카메라가 다 그렇다. 나아가 칼 차이스의 요즘 렌즈군인 ZM/ZF/ZS 시리즈도, 심지어 '제4의 서드파티 렌즈'로 자리잡아온 비비타조차도 다 코시나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기업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