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 성질에 따른 구분
[컬러 네가티브] 프린트 필름이라고도 한다. 상표명이 코닥컬러처럼 '~컬러'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초부터 인화를 위한 원고, 재료의 용도로 개발된 것이므로 인화 용도로는 슬라이드보다 유리하다. 인물사진용으로도 슬라이드보다 낫다는 의견이 많다. 노출관용도가 높은 것 또한 장점이어서 일반적으로 +3~-1 정도이다.
네가티브 현상/인화방식은 사진 발명의 최초단계(1830년대)에서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다게르와 거의 동시에 사진술을 세상에 내놓은 탈보트의 칼로타입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네가티브와 포지티브라는 용어는 사진술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던 동시대의 발명가 허셀이 고안한 것으로, 'Photography'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 역시 그이다.
그러나 초기의 네가티브는 당연히 흑백이었으며, 컬러사진의 등장은 한참 뒤의 일이다. 컬러사진의 원리는 일찌기 1855년 물리학자 맥스웰에 의해 확립되었지만 코닥에서 제품화할 수 있는 수준의 컬러필름을 최초로 만들어낸 것은 1928년, 이를 출시한 것은 1935년이나 되어서의 일이었다. 그리고 컬러사진이 (기록물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흑백사진과 동등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그로부터 다시 40여년이 지난 1970년대였다.
[컬러 슬라이드] 포지티브, 리버셜 필름, 트랜스페어런시 필름이라고도 한다. 상표명이 후지크롬처럼 '~크롬'으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네가티브보다 뒤에 개발되었으며, '리버셜 필름'이라는 말도 네가티브의 반대라는 뜻으로 생긴 것이다. 애초부터 슬라이드 상영이나 인쇄를 위해 개발된 것이므로 이런 용도로는 네가티브보다 유리하며(예를 들어 슬라이드의 계조범위가 400:1인데 비해 인화물은 100:1에 불과하다고 한다), 육안으로 필름을 확인하면서 스캔할 수 있다는 점과 베이스 색깔이 없다는 점 때문에 디지털화에도 더 유리하다.
반면 인화에는 오히려 불리했는데, 예전에는 보통 네가티브로 듀프(복제)해서 인화하곤 했기 때문에 슬라이드의 장점이 다 날아가버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슬라이드 전용의 시바크롬 인화였으나 이 또한 오염물질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얼마 전 생산이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필름을 맡기면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인화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지금에 와서는 이런 불리함도 사라진 셈이다.
또한 필름 자체의 특성과 인화과정이 생략된다는 점으로 인해 관용도도 네가티브보다 훨씬 낮으며(DSLR과 비슷한 수준이다), 감도가 높아질수록 화질열화가 비교적 심해 ISO 400의 경우 네가티브보다 오히려 화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풍경, 생태, 여행, 건축, 광고 등의 전문적인 용도에는 ISO 50~200의 슬라이드 필름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흑백] 상표명에 일포드 팬처럼 '팬'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팬크로매틱 타입임을 뜻함). 처음 발명될 때부터 사진은 흑백이었으며, 특유의 半현실감과 표현력으로 인해 디지털 시대에도 그 위상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에 의해 흑백촬영이 한층 용이해지면서 인기가 더 높아지는 감마저 있다. 관용도는 컬러 네가티브와 같은 수준이며 보존의 용이성은 더 높다.
흑백필름은 대부분 네가티브지만 아그파 SCALA 등 극히 일부 슬라이드 제품도 존재한다. 상당수의 유럽 필름회사들, 즉 ILFORD(영국), ROLLEI(독일), BERGGER(프랑스), FOMA(체코), EFKE(크로아티아) 등은 흑백필름만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흑백필름의 현상과 인화는 컬러에 비해 한결 용이해서 흑백사진을 주로 하는 사진가의 상당수가 자가현상/인화를 한다. 반면 컬러필름은 현상액의 온도차 허용치가 0.5도 이하일 정도로 까다롭다는 점, 실온보다 훨씬 높은 고온을 요구한다는 점, 작업과정의 복잡함, 약품의 높은 독성, 값비싼 비용 등의 난점이 있어 프로들도 거의 자가현상/인화를 하지 않는다.
(2) 판형에 따른 구분
아래에서 말하는 110, 135, 120, 220, 240 등의 숫자는 코닥에서 이런 필름들을 처음 출시하면서 붙였던 제품코드다. 필름의 사이즈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따라서 135mm, 120mm 등으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110] 17x13mm(4:3). 롤당 12장, 24장 제품이 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가장 작은 포맷의 필름. 이 필름을 쓰는 카메라는 모두가 P&S(똑딱이)일 만큼 화질보다는 휴대성, 편의성을 추구하는 포맷이다. 따라서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자연스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APS(240)] Advanced Photo System. 90년대 후반부터 보급. 하나의 필름과 카메라로 3가지 판형을 찍을 수 있다. 정확하게는 항상 한 가지(APS-H) 포맷으로 찍힌 후 촬영정보에 기반하여 크롭인화를 해주는 방식이지만. APS-C(classic, 25.1x16.7mm, 3:2), APS-H(high definition, 16:9), APS-P(panorama, 3:1) 포맷이 가능하며 롤당 15장, 25장, 40장 제품이 있다. 그 외에도 촬영 도중에 필름 교체 및 재사용 가능, 필름면에 촬영정보 기록기능, 필름 장전 및 촬영 후 보관의 용이함 등 기존 35mm의 단점을 다양하게 보완하고 있으나 이 역시 편의성 중심의 제품(작은 판형, ISO200 이상만 출시, APS용 고급카메라의 부재)이었기 때문에 곧이어 불어닥친 디지털 붐으로 인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되어가고 있다.
[35mm(135)] 36x24mm(3:2). 롤당 12장, 24장, 36장 및 100피트 롱 롤(DIY로 필름통에 감아서 써야 함) 제품이 있다. 이른바 필름카메라의 표준 판형. 원래는 영화용으로 나온 필름을 사진에 도입한 것이다. 라이카에서 1925년 최초의 상용 35mm 필름카메라를 출시한 이후 급격하게 기존의 대형 포맷을 대체하였으며, 이와 함께 사진의 역사 또한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게 되었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으나 필름 복고붐의 덕으로 여전히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 하프사이즈 카메라: 35mm 필름을 세로로 반을 나눠서 쓰는 카메라. 24x18mm(4:3). 당연히 2배의 컷을 찍을 수 있으며, 평소처럼 카메라를 가로로 잡으면 세로프레임이 된다. 올림푸스의 PEN EE-3 및 PEN-F/FT 등이 유명하다.
* 35mm 파노라마 카메라: 35mm 필름을 온전히 사용하여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네 가지 방식이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은 35mm용 광각렌즈식으로, 36x24mm와 65x24mm를 번갈아 찍을 수 있는 후지의 TX-1/2 및 핫셀블라드의 X-PAN (II)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35mm용 렌즈회전식으로, 노블 드레스덴(독)의 '노블렉스' 시리즈와 파논(일)의 '와이드럭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제품에 따라 다르나 대략 60x24mm 정도를 찍어낸다. 이들은 중형포맷용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일부 6x7 포맷 중형카메라가 채택하고 있는 기능으로, 전용 필름백을 장착해 35mm 파노라마를 찍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카메라 자체가 회전하며 최대 360도의 화각까지도 찍어내는 제품들도 있긴 하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다.
[중형(120/220)] 롤필름의 세로폭은 6cm이지만 가로 넓이는 카메라에 따라 유동적이다. 한 롤당 찍을 수 있는 컷수 역시 이에 따라 달라져서 645는 16장, 6x6은 12장, 6x7은 10장, 6x9는 8장 등이다.(조금 덜 찍히기도 한다.) 판형은 645(6x4.5cm), 6x6, 6x7, 6x8(후지 제품군만 있음), 6x9, 610(플라우벨의 Veriwide 100이 유일), 612, 615, 617, 624 등 매우 다양하다. 35mm에 비해 645는 약 3배, 6x6은 약 4배, 6x7은 약 5배나 필름 면적이 넓으므로 화질도 그만큼 좋다. 롤라이에서 1928년 최초의 6x6 TLR 카메라를 출시한 이후 프로용 포맷으로 오랜 동안 사랑을 받아왔으며, 디지털 시대가 된 지금도 일반 DSLR에 비해 월등한 화질과 중형 디지털백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한 비용이라는 양날개를 단 채 고유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135와 달리 파트로네(금속 필름통)도 퍼포레이션(필름 가장자리에 일렬로 나있는 구멍)도 없으며, 다 찍은 필름을 되감는다는 개념도 없다. 한쪽 스풀에서 다른쪽 스풀로 옮겨감긴 것을 그대로 꺼내어 현상한다.
* 120과 220: 220은 단지 필름 롤의 길이가 120보다 2배 길고, 따라서 롤당 컷수도 2배 많을 뿐이다. 그러나 120에 비해 잘 쓰이지 않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120은 필름을 보호하기 위해 필름뒷면에 보호용 종이(암지)가 함께 말려있다. 220은 이 종이를 없앰으로써 같은 크기의 롤에 2배의 필름을 감을 수 있게 만든 것인데, 그 결과 필름의 손상가능성이 높아진다. ② 카메라에 따라서는 220을 쓸 경우 별매의 220용 필름백을 장만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비용 및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대형(시트 필름)] 조작법부터가 매우 다른 대형 뷰카메라(스튜디오용 테크니컬 뷰카메라와 야외용 필드카메라)에 쓰이는 필름. 사실은 가장 고전적인 형태이다. 4x5"(10.2x12.7cm)와 8x10"(20.3x25.4cm)이 가장 널리 쓰이며, 그밖에도 5x7", 11x14", 9x12cm, 18x24cm 등 매우 다양한 판형이 존재한다. 4x5만 하더라도 35mm 대비 무려 15배에 이르는 필름 면적을 자랑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프로용 포맷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 영화 쪽이나 산업용으로 쓰였던 8mm, 70mm 등의 필름, 미녹스(독) 카메라용 소형필름(10x8mm), 1회용인 폴라로이드와 후지 인스탁스, 이제는 사라진 포맷인 126(28x28mm), 127(세로폭 4cm) 등이 있다.
(3) 특성에 따른 구분
[감도] ISO(International Standards Organization 국제표준화기구), ASA(American Standards Association 미국표준협회), DIN(Deutsche Industrie Norm 독일산업규격), EI(Exposure Index)의 4가지 기준이 있다. 예전에는 미국의 기준인 ASA와 독일의 기준인 DIN이 각각 쓰였으나 결국 미국식이 국제표준(ISO)으로 정해져 현재는 이것만 쓰이고 있다.(심지어 과거에는 영국, 이태리, 일본 등도 고유의 규격을 내세웠었으나 일찌감치 사라져간 바 있다. 예컨대 일본은 S, SS, SSS를 각각 ISO 50, 100, 200에 해당하는 규격표기로 썼었다. 후지의 흑백필름인 NEOPAN 100의 약칭이 SS인 이유가 이것이다.) 따라서 ISO값과 ASA값은 동일하다. EI값 역시 이들과 기본적으로는 같지만 ISO/ASA가 일반적인 수치라면 EI는 촬영을 마친 특정 필름의 실제 감도를 말하는 현상용어로 쓰인다. 이는 증감촬영, 필름의 상태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같은 ISO 100 필름이라도 실제 감도는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ISO/ASA와 DIN값을 대조하면 다음과 같다.
ISO |
ASA |
DIN |
25/15˚ |
25 |
15 |
32/16˚ |
32 |
16 |
50/18˚ |
50 |
18 |
64/19˚ |
64 |
19 |
100/21˚ |
100 |
21 |
125/22˚ |
125 |
22 |
160/23˚ |
160 |
23 |
200/24˚ |
200 |
24 |
400/27˚ |
400 |
27 |
1000/31˚ |
1000 |
31 |
1600/33˚ |
1600 |
33 |
3200/36˚ |
3200 |
36 |
[조명] 카메라가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할 수 없는 필름 세계에서는 1차적으로 컬러필터를 사용하여 화이트밸런스 보정을 한다. 그러나 컬러 슬라이드의 경우 보다 정확한 색재현을 위해 데이라이트용(D)과 텅스텐용(T) 필름이 구분되어 출시되고 있다. 특히 텅스텐용은 제품이름에 'T'자를 붙여 구분이 쉽게끔 한다. 데이라이트용은 플래쉬 촬영시에도 쓸 수 있으며 텅스텐용은 백열등, 할로겐등, 촛불 등 모든 노란 색조가 도는 인공조명 하에서 쓴다. 이밖에 주광은 물론 적외선에까지 반응을 하도록 만들어진 적외선 필름(IR)도 컬러와 흑백이 각각 나와있다.
(4) 기타
* 팬크로매틱과 오소크로매틱: 흑백필름의 종류. 오소크로매틱(비전정색성 非全整色性)은 주로 20세기 초까지 쓰이던 흑백필름으로, 요즘의 팬크로매틱(전정색성 全整色性) 필름이 RGB 삼원색에 모두 잘 반응하는 것에 비해 적색에 잘 반응하지 못한다. 그 특성을 이용하여 현재는 카피용 필름 등 몇몇 특수한 용도로 쓰인다.
* 크로모제닉: 컬러네가용 현상액(코닥 C-41)으로 현상할 수 있는 흑백필름(참고로 흑백현상액으로 대표적인 것은 D-76, 컬러슬라이드에는 E-6가 있음). 일반 흑백과 달리 동네 사진관에서도 빠르고 손쉽게 현상이 가능하며, 입자가 더 고와 선예도가 높고 관용도 또한 넓다. 이에 반해 컬러네가를 흑백으로 인화한 듯한 부드러운 톤과 밋밋한 느낌은 단점으로 꼽히지만, 스캔/후보정에는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가격은 일반 흑백필름과 같은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세피아톤 베이스다.
이밖에도 일반사진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마이크로필름, 항공필름, 감시카메라용 필름, 압력측정용 필름, 방사능 측정용 필름, 엑스레이 필름 등 수많은 종류의 필름이 있다.
[출처] 필름에 대하여 (1) 필름의 구분|작성자 유랑단자